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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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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 가는길 산위에 얹혀 있는 대피소는 바람이 휘감고 있었다. 어둠이 쌓여오자 대피소 외곽에 전등이 켜졌다. 9시의 소등은 밤을 길게 했다. 어떻게 이 밤을 보내나, 띄엄띄엄 흩어져 잠을 재촉한다. 새벽 5시, 웅성거림에 잠에서 깼다. 폭설이 내려 우리가 갇혔다는 것이다. 문을 열어 제치쳤다. 펑.. 2018. 5. 21.
밀려드는 그리움 늦은 가을비가 종일 내린다.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정겹다. 이렇게 찬비가 내리면 마음은 고향으로 향한다. 마을을 돌아 서면 낮은 언덕이 있고. 오솔길을 따라 오르면 발길이 머문다. 호젓한 산자락. 침묵의 세월 속에 부모님이 잠들어 있다. 고난의 시대에 태어나 일본, 중국을 떠돌던 두 분은 고향에서 만났다. 무덤 언덕엔 소나무들이 울창하고 감나무, 사과나무 밤나무 들이 가족을 이뤄 살아간다. 앞산 저 멀리로 산봉우리들이 서로 만나 허리를 맞대고.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적막감만 흐르는 외진 곳이다. 밤이면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은하수가 강이 되어 흐른다. 어둠이 걷히면 붉은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고. 밤이슬은 안개가 되어 피어오른다. 겨울로 가는 지금쯤은 시든 들풀들의 갈색 빛, 감.. 2018. 5. 21.
동해행 완행열차 11월도 중순, 오전 9시 열차에 올랐다. 특실은 절반이 비어 한산했다. 그래도 평일 날 이 정도는 괜찮은 실적 아닌가, 열차에 우리만 있었더라면 실망이 컸을 일이다. 여행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기대가 배가되니까. 출발시간이 되자 열차는 기적소리를 냈다. 얼마 만인가, 완행열차... .. 2018. 5. 21.
고향의 하루 고향집 방에 누워 보니, 처마 밑 빗물 떨어지는 소리 똑똑똑....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집은 옛집이 아니지만 비내리는 소리는 그날의 그 소리다. 지난날 이런 봄날엔 가족들과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지만, 지금은 모두 떠나고 없는 곳에 비만 내린다. 집 밖 저 멀리 강물이 흐르.. 2018. 5. 15.
손녀와 외할아버지 문 번호키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냐, 하고 나갔다. 손녀가 활짝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자주 들리는 손녀라 할아버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래도 매번 손녀의 웃음은 귀엽고 반갑다. 안아서 신발을 벗겨 주었다. 엄마는 일이 있어 딸을 두고 외출을 했다. 평소 갖고 놀던 공을 굴리며 .. 2018. 5. 11.
노후 경유차 진입 금지 서울시가 전국 노후 경유차 210만대에 대해 시내 진입을 금지 한다는 소식이다. 이중 서울시에 등록된 차는 20여만 대라고 한다. 잘 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당사자들에겐 좀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 같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노후 차를 운행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2018. 5. 10.
떠나보내기 2015년 1월 24일 토요일 이불과 여러 용품들을 차에 싣고 집에 갔다 줬다. 현관문으로 보이는 집안은 어수선하고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다. 큰 딸이 배웅 한다며 차가 있는 곳으로 나왔다. 시동을 걸고 창문으로 인사를 받았다. 눈물이 나려고 했다. 이제 정말 같이 살아온 생활이 끝났구나, .. 2018. 5. 7.
이렇게 아름다운 날 하늘은 빛으로 더 없이 푸르렀다. 멀리 떠가는 구름은 하얀 빛을 뿜어내며 밀려가고 있다. 수 십 년을 자라온 메타세과이어 나무들이 하늘로 치솟는다. 땅에는 온갖 생명들이 움트고, 개나리꽃이 피어나고 있다. 바람은 갓 생겨난 생명들을 흔든다. 길가 야생화는 가냘픈 줄기에 매달려 .. 2018. 5. 7.
우리는 떠도는 방랑자 중국 쓰촨 성에서는 지난 5월 대지진으로 많은 생명이 희생됐다. 최근에는 국내외 대홍수로 곳곳에서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이 조용한 아침, 햇살은 나뭇잎들을 비추며 바람에 춤춘다. 또 다른 햇살은 창문을 넘어와 마루에 내려와 있다. 사람들의 일상은 오늘도 고요 속에 시작된다. 이 .. 2018.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