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4일 토요일
이불과 여러 용품들을 차에 싣고 집에 갔다 줬다. 현관문으로 보이는 집안은 어수선하고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다. 큰 딸이 배웅 한다며 차가 있는 곳으로 나왔다. 시동을 걸고 창문으로 인사를 받았다. 눈물이 나려고 했다. 이제 정말 같이 살아온 생활이 끝났구나, 해서다. 물론 신혼여행을 떠날 때도 식장에서 손을 잡고 입장 할 때도 그런 마음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들 부부가 살아갈 집에 짐을 갖다 주고 돌아서는 나는 슬펐다.
1월25일 일요일
종일 마음속에 딸이 가득하다. 뭐하고 있을까, 지금까지는 언제나 같은 집에 있었고, 휴일 아침이면 언제나 방에서 나왔다. 언제나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 4인용 식탁은 한자리가 비었고 온 종일 볼 수도 없다. 손님들이 왔다간 집이라 대청소를 했다.
딸 방은 허전했다. 평소 있던 화장품, 침대에 깔려있던 이불도 없고 방은 텅 비었다. 꿈을 꾸는 것 같은 허전함이 하루 종일 맴돈다.
내가 빈방에 난방을 껐다. 집사람은 난방을 약간 틀어놨다고 했다. 딸애가 들렸다가 찬방에 들어가면 서운해 할까 봐서란다. 하루 종일 집을 떠난 딸이 온 마음을 채우고 있었는데 딸애 엄마는 나보다 더 허전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저 애써 태연한척 한 것 같다.
1월26일 월요일
딸이 왔다. 반가웠다.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것이라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부모를 떠났다 왔으니 그렇다. 주방기구를 사러 갔다. 도자기만 파는 전문매장에 들렀다. 온갖 그릇들과 기구들이 있었다. 다음으로 이불 류를 파는 매장에 들렀다. 몇몇 용품들을 구입했다. 다음은 롯데백화점 3층으로 갔다. 도자기 그릇과 숟가락 등을 샀다. 아이엄마는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모두 사라고 했다. 나중에 좀 더 마련해줬더라면 하는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 같았다. 딸이 결혼해서 떠난 허전함을 달래고 후회 없는 순간이 위한 생각 같았다. 가든 파이브 e마트 쇼핑을 끝내고 나니, 밖은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같이 집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
2월 4일 수요일
둘째 딸아이가 언니와 함께 매장에 가서 결혼 선물로 스탠드를 샀다. 8시가 넘어서 같이 집에 온다고 했다. 운동을 나갔다가 전화를 받고 다시 들어왔다. 네 식구가 다시 저녁을 같이 먹었다. 집에 돌아갈 시간, 냉동실에 넣어 뒀던 고등어를 주었다. 쇼핑한 물건을 차에 실어 집에 데려다 주었다. 집에 도착하기 전 말했다. 시간이 나며 언제든지 집에 들러라 밥도 먹고 가라고 했다. 이제 결혼 17일째, 딸아이는 알았다고 했다. 모든 것들이 시작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어설픈 생활이 쌓이고 쌓여 안정을 찾는다. 행복하게 살 것이다.
3월5일 목요일
집에는 조그만 액자가 수 십 년 째 벽에 걸려 있다. 그 속에는 두 딸의 어릴 때 모습이 있다.
가만히 보면 슬퍼진다. 액자 왼쪽에는 각각 3살, 6살 때 걷고 있는 모습이다. 큰애는 양쪽 머리를 땋아 어깨까지 오는 모습이고, 작은 애는 멜빵이 있는 바지에 짧은 머리카락이다. 이른 봄이다. 두 번째 사진은 비슷한 나이 때에 큰 애는 쪼그리고 앉아 두 손으로 턱을 괴이고 있고, 옆에 동생이 같은 자세로 앉아있다. 세 번째는 앉아있는 동생을 오른 손으로 감싸고, 큰애가 왼손 두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리며 왼쪽 눈을 윙크하는 자세로 앉아 있다. 다른 한 장은 나이가 한 살 정도 더 먹은 겨울 목동아파트 사진이다. 눈이 많이 온 겨울날 잠바를 입고 눈사람 앞에, 큰 애는 앉아 눈을 뭉치고 작은 애는 부츠를 신은 체 서 있다.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수 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엄마 생일 날 딸들이 앨범 사진을 잘라서 만들어 준 것이다. 나는 청소를 할 때마다 이 앨범을 닦고 바로 세우곤 했다. 사진 속의 6살 큰애는 결혼이라는 관례를 따라 집을 떠났다. 작은 아이도 떠날 준비를 마쳤다. 작은 애도 떠나면 이 앨범을 더 소중해져 갈 것 같다.
한 해에 딸들이 떠났다. 하지만 두 사위와 두 돌. 돌을 앞둔 손녀 등 네 식구가 새로 생겼다. 또 다른 삶이 시작되고 있다. 2018.5 정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