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스토리지73 나는 의사가 고맙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프면 병원을 찾고 의사를 만난다. 나도 매년 몇 번씩 의사를 만나고 진료를 받는다. 병원에 가면 의사는 증상을 들은 후 진료를 하고 처방을 내리면 대부분은 치료가 된다. 아픈 몸을 치료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지금 의대 정원을 늘이는 정부정책으로 의료계가 혼란스럽다. 전공의 9천여 명이 의료현장을 떠나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주말에는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전국의 의사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이대로 가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한다. 농어촌에서는 의사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도시의 소아과 산부인과도 마찬가지다. 의사수가 부족해서 생기는 한 현상일 것이다. 한 사람의 의사를 배출하는 것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의사를 구.. 2024. 3. 4. 삶의 패턴들 삶의 패턴들 하루해가 지고 있다. 하늘은 구름을 잔뜩 머금고 있다. 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기엔 아직 시간이 있다. 집집마다 저녁 준비에 들어갈 시간이 오고 있다. 딸 가족이 사는 싱가포르에는 한국보다 해가 1시간 더 길다. 지구가 둥글어서다. 거기도 토요일이고 아마 어디 관광을 갔다가 식당을 찾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큰 딸은 거기에 살고 있고 작은 딸은 아이들을 데리고 관광을 갔으니 그렇게 추측해 본다. 그곳 지하철에는 사람들이 타고 내리고 또 갈아타기 위해 분주한 걸음들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온갖 인종들이 살아가는 싱가포르, 며칠 전에 본 것과 같이 사람들이 도시를 활보하고 차들은 좁은 도로를 돌고 돌며 다닐 것이다. 인간의 삶은 어느 곳이나 비슷한 패턴을 갖고 있다. 삶의 방식이 비슷한 것이다.. 2023. 7. 16. 맞아, 나도 그랬었지. 집을 나오면 5호선 방이역 4번 출구와 가까운 먹자골목이다. 자주 지나가는 횟집엔 벌써 사람들이 들어찼다. 7시가 조금 지난시간, 모두 퇴근길에 들린 것 같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갈 수 없다는 그런 경우가 아닐까. 맞아, 나도 저 시절엔 퇴근길이 술집인 시절이 있었다. 또 걸으면 으슥한 길 한쪽에 서너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맞아 나도 열 받던 시절엔 6층에서 내려와 담배연기를 깊이 당기곤 했었다. 저 사람들과 같이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었지. 골목을 나와 올림픽공원 앞, 넓은 길을 따라 가면 학원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많은 아이들과 마주 친다. 초등생도. 중학생도 있다. 맞아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 초등 때는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이 있었지. 학원서 쏟아져 나온 초등생을 보면 .. 2023. 4. 26. 봄날의 용주초등학교 동창회 학교에 들어서자 운동장에는 교단을 중심으로 채알이 들어차 있었다. 천막마다 졸업을 같이한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행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4,5월이면 전국에서는 동창회들이 열린다. 고향을 떠나 살아온 사람들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안고 떠난 곳을 찾아오는 것이다.초등학교 6년은 한사람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시기이고 교육기간도 길다. 그곳에는 시간이 남기고 간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추억들이 있다. 졸업 후 이어지는 삶은 학교생활에서 축적된 자양분이 에너지가 되어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합천댐이 올려다 보이는 관광농원, 어두컴컴한 언덕길을 오르면서 낯익은 얼굴들을 만난다. 1년에 한번, 그리고 수십 년을 만나왔던 사람들, 어둠 속에서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 인지를 알 수 있다. 목소리는 지문처럼 사.. 2023. 4. 26. 지구촌의 비극 인간세상이 비극으로 넘쳐나고 있다. 지구 내부는 살아 움직이며 언제 한곳으로 에너지를 분출할지 모른다. 인간은 그 껍질 위에서 서로 헐뜯고 싸움질로 바쁘다.회전하는 구체 위에서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벌레들 모습이라 할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1년이 넘게 전쟁 중에 있다. 침략한 나라. 침략당한 나라의 군인들이 수 없이 죽어가고, 국민들의 피폐한 삶이 이어지고 있다. 침략자는 그래도 자신이 정의롭다고 한다. 튀르키예는 전례 없는 강진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파괴된 건물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신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인류역사에서 수십억 명이 전쟁으로 사망했을 리라는 예측도 있다. 인간이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쟁탈전이 벌어져 왔다. 먹을 것을 뺏기 위한, 땅을 차지하기 위.. 2023. 2. 22. 내 마음의 강물 ‘수많은 날은 떠나 갔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가곡의 한 구절. 장마철 비가 쏟아지면 고향의 맑은 강물은 흙탕물로 변했다. 민둥산으로 가득했던 60년대, 나무와 풀이 연료였고 난방재료였다. 겨울이면 집집마다 헐벗은 산을 또 벗기며 연료 쌓기에 바빴다. 산의 나무가 남아날 수가 없었다. 흙탕물은 그런 산이 만든 것이었다. 도로는 비포장이었고 마을길도 그랬다. 홍수가 나면 신작로는 깊은 상처가 났다. 잘려 나가기도 하고 움푹움푹 파여 차들의 통행이 어려웠다. 군에서는 주민 동원령을 내렸다. 집집마다 한 사람씩 동원되어 도로를 복구했다. 대가가 없는 봉사였다. 국가 재정은 부족했고 스스로 고치지 않으면 주민들만 불편했다. 우리 집은 강에서 몇 십 미터밖에 안됐다. 마당에서 보면 강물이 차오르는 것이.. 2023. 1. 20. 침략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공방전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숲은 쏟아져 내리는 포탄으로 나무들이 잘려 나간다. 인간의 피가 흰 눈으로 덮인 대지를 물들인다. 1939년 러시아의 핀란드 침략으로 105일간의 ‘겨울전쟁’이 벌어진다. 핀란드는 소련과 비교할 수 없는 작은 나라다. 땅 크기는 한반도의 거의 3배지만 지금도 인구는 600만 명이 되지 않는 나라다. 강대국에 맞서는 겨울전쟁은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많이 닮았다. 침략자는 같은 나라이고 항전하는 나라는 우크라이나로 바뀐 것일 뿐이다. 어쩌면 당시 소련의 스탈린과 지금 러시아의 푸틴이 서로 닮은 것인지도 모른다. 무지막지한 인명손실에도 전쟁을 밀고 나가는 형태도 그렇다. 이 영화는 핀란드에서 만들어졌다. 핀란드군은 참호 속에서 벌떼같이 밀려드는 소련군에 .. 2023. 1. 11. 이 푸른 날에 이 푸른 날에 한 곳에서 젊은 아이들 155명이 세상 떠났다. 세월호 때도 그랬다. 푸르고 푸른 수많은 고등학생들이 고통 속에서 갔었다. 이 나라는 어떤 나라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사고로 죽어가는 것은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계속 일어나고 있다. 탄광에는 사람이 갇혀 구조를 못하고 있다. 살만한 나라에서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를 일이다. 젊음이 아니었으면 이태원에 갈 일이 없었을 것이다. 젊음은 그렇게 활기차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나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축제를 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든 있는 일이다. 그것도 젊음의 축제는 더 그렇다. 한국은 각종 안전사고로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사상되고 있다. 며칠에 한 번씩은 어디 어디에서 사고로 사람이 사망했다는 .. 2022. 11. 1. 추석아침 밝은 햇살이 쏟아져 창밖이 눈 부신다. 가을은 밝고 맑고 찬란하다. 높고 푸른 하늘이 있어 더 그렇다. 지금은 집집마다 차례 상을 차려놓고 있을 시간이다. 조상에 대한 예는 인간의 최소한의 도리일 것 같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는 없는 일이고, 현재가 미래로 가는 동력이다. 옛날 같으면 지금쯤 아이들을 뒷자리에 태우고 시골길을 달리고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그랬다. 부모님이 계실 때는 부모를 만나기 위해 갔었다. 10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곤 했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제사를 위해 그 길을 다녔다. 상하행길은 언제나 차들로 미어났다. 그래도 그 길은 좋았다. 사람들은 명절에 고향 가는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이미 고향에 연고가 없거나 월남민들도 주변에 적지 않았다. 고향은 해체.. 2022. 9. 10.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