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바람 숲42 다시 덕유산으로 산에 올랐더니 하얀 세상이 햇빛에 반사되며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의 검은 옷과 파란하늘 백색의 눈은 갑자기 다른 세상에 떨어진 느낌이었다.겨울산은 일상과 다른 경험을 느끼기 위해 오르는 것 같다. 하지만 일기예보에는 많은 눈이 예보되어 있었다.해가진후 날씨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밤하늘은 구름으로 가득 찼다. 어둠이 짙어오자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겨울 내내 쌓인 눈이 1미터는 되었고, 그 위에 다시 쌓여갔다. 부드러운 눈이 하늘에서 실타래를 풀어놓은 듯 밤새도록 흘러 내렸다.7년 만에 덕유산으로 갔다.그때는 반대편 삿갓 재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눈 내리는 10킬로미터의 능선을 오르며 정상에 섰었다. 이번에는 무주스키장에서 곤돌라를 탔다.긴 시간 눈 속을 걷는 것에 부담이 되어 서.. 2025. 3. 22. 햇살을 받으며 방이동 고분군 언덕위에는 의자가 두 개 있다. 언덕 아래로 방이 백제고분 2기가 내려다보인다. 그 아래 여기저기에는 6기가 더 있다. 자료에 의하면 백제 초기 무덤이라고 한다.나는 오전에 언덕위 의자에 앉아 햇살을 받곤 한다. 해는 동에서 서로 하늘을 3분의1를 가로질러 기울어져가 간다. 태양은 이 언덕에 거의 하루 종일 빛을 내려준다.의자에 앉아 해를 마주 보면 따스한 햇살이 얼굴을 감싼다. 눈을 감아도 하늘이 환하게 들어오는 느낌, 햇살은 포근한 감 마저 느끼게 한다..사람들은 햇빛 받기를 꺼린다. 자외선이 피부에 좋지 않다는 이유일 게다.피부를 신경 쓸 나이가 지나서 인지, 나는 거의 매일 이 자리에서 오전 햇살을 받으며 따뜻함을 맛 본다.해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면 겨울답게 춥기도 하다. 다시 나.. 2025. 1. 25. 석양~ 또 해가 졌다.겨울 하루는 짧다. ‘아침이다’ 했는데 금방 하루가 간다. 햇볕은 따스했고 바람도 거의 없었다. 그래도 겨울. 사람들은 두둑한 패딩을 입고 거리를 걸었다.하루해가 넘어가는 저녁. 석양은 부드럽고 겸손했다. 서쪽하늘을 붉은 빛으로 조용히 빛났다.해가 있어 하루가 있는 것인데, 마지막 끝맺음을 하는 석양은 감동이다.어쩌면 여름날의 석양이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강력한 열기를 품어 됐으니 석양도 강렬한 것은 당연한 것일 게다. 겨울 석양은 다소곳한 면이 있지만 그 화려함은 어느 계절 못지않다.석양이 그 예술성을 발하는 것은 태양이 하는 일이지만 지구의 역할이 크다.바람과 구름과 바다와 산과 초원 그리고 흐르는 강물이다. 석양은 지구가 만들어낸 온갖 물체에 빛을 발하며 그 오묘한 작품성을 드러낸다.. 2024. 12. 27. 소나무들의 수난 언제나 푸른 상록수는 겨울에도 그 녹색의 빛으로 세상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소나무는 얫부터 유용하게 쓰여오기도 했다. 대부분의 건축은 소나무 였고 임금이 살던 궁들도 소나무가 추축이 되어 건축되었다.소나무는 사람들에게 정감을 준다.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고 그 껍질이 갖인 질감이 친근감을 준다. 많은 예술가들이 소나무를 소재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새까맣게 익어서 흘러내리는 솔방울은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기도 한다.어릴 쩍 산에는 나무가 별로 없었다. 밥을 해먹고 집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는 땔감이 필요했다. 어른들은 먼 산으로 가서 여러가지 땔감을 거둬들였지만 아이들은 집주변 산에서 구했다. 대나무 갈구리로 소나무 밑에 떨어진 솔잎을 모아서 집으로 가져 오곤 했다. 마른솔잎은 활활 잘 타 올랐다.특히.. 2024. 12. 11. 봄꽃 2024. 4. 18. 봄은 봄날은 봄이 온 대지에 내렸다 산등성이 개울가에도 강 언덕 물가에도 공원 언덕 도랑에도 왔다 봄은 고목나무에도 길옆 작은 나무에도 봄은 마른 잔디위에도 높은 까지 집에도 온다 봄은 사람 어께위에도 겨울 푸른 소나무에도 개나리 위에도 내려 노오란 꽃을 피웠다. 봄은 햇빛을 타고 온 누리에 내려왔다 봄은 바람을 타고 왔다 산길 산길을 내려오는데 길가 작은 텃밭에 풀이 돋아나고 있었다 옛날 고향집 나서면 바람이 불었고 길가에 갓난 풀들 정겨웠다 길가에 아지랑이 봄 냄새 짙었고 물 오른 버들 꺾어 피릴 필릴리 필릴리 키워 주신 부모와 이별한지 오래고 형제들 모두 흩어져 고향은 추억으롤 남았다. 정두효 / 2024.4 2024. 4. 12. 사람과 나무들 나무들은 고통을 느낄까. 인간은 동물은 아프다. 나무들은 느끼는지, 한자리에 서서 일생을 보내며 껍질이 벗겨지고 가지가 찢겨나가고 잎을 떨어뜨리는 아픔을, 인간은 주변이 아프면 자신도 아프다. 병원복도 밖 언덕에 나무들이 옷을 벗은 채 묵묵히 서 있다. 잎이 없는 맨 몸으로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며 까치집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 무겁지 않을까. 춥지 않을까. 겨울비를 맞고 서 있는 나무들, 사람이라면 육체적 징신적으로 고통이 클 것이다. 식물은 고통이라는 것을 못 느낄까. 인간의 피부세포가 퇴화 되어 떨어져 나가는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식물은 더 선택받은 생명이 아닐까. 한자리에서서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햇빛을 받으며 에너지를 생성하니까. 인간이 동물이 끝없이 움직이며 먹고 배설하는 삶보다는 더 나.. 2023. 12. 22. 몽골 초원 끝이 없는 구릉지가 땅 끝까지 이어지는 대초원, 어디를 가든지 땅과 구름과 언덕이 하늘에 닿아 있는 땅. 초원은 녹색의 빛으로 아득히 펼쳐져 있었고, 차창을 스치는 소와 말. 양떼들은 평화 롭기만 했다. 초원은 동물들의 낙원인 것 같았다. 여행을 갔다 오면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담았던 전경들이 잔잔히 떠오른다. 별것이 아니었던 순간들도 별것이 되어 나타난다. 울란바토르 공황에 도착하자 바쁜 마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상상의 하늘과 초원이 어떻게 생겼을까 보고 싶었다. 멀리 완만한 언덕 위로 푸른 하늘이 들어왔다. 찬바람이 쏵 불어왔다. 서울을 떠날 때는 많이 더웠었는데, 시원했다. 안으로 들어와서 긴팔 옷으로 갈아입었다. 국립공원으로 달리는 길옆으로 나무 한그루 없는 초원이 다가오고 지나가고 또 나타나는.. 2023. 9. 6. 그림자 그림 산에는 수많은 그림이 있다. 오솔길에서 언덕에서 바위에서도 온갖 그림을 만난다. 햇빛이 쏟아져 내리면 온 산은 그림자 그림 천지다. 그림은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만들어 진다. 바람이 멈추면 그림은 더 강렬하다. 정지된 그림이다. 바람이 불면 그림은 흑백의 동영상이 된다. 나무 가지가 흔들리고 잎이 살랑이면 그림은 온갖 형태로 눈앞에 어른 그린다. 빛이 그림을 창조하는 두되라면 나무는 붓의 손잡이이고 가지와 잎은 붓이다. 땅은 종이다. 빛과 바람과 살아 있는 나무와 풀이 만들어 내는 그림은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그냥 빛과 바람과 나무와 풀들이 그림을 만들어 낸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아도 멈춤이 없는 작업이다. 자연의 그림은 흑백이다. 색깔을 칠하지 않는다. 빛에는 온갖 색깔을 갖고 있지만 나타내지 않.. 2023. 6. 5.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