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번호키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냐, 하고 나갔다. 손녀가 활짝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자주 들리는 손녀라 할아버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래도 매번 손녀의 웃음은 귀엽고 반갑다. 안아서 신발을 벗겨 주었다. 엄마는 일이 있어 딸을 두고 외출을 했다. 평소 갖고 놀던 공을 굴리며 시선을 끌었다. 엄마가 나간 줄도 모르고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했다. 조금 뒤 손녀는 두리번두리번 했다. 엄마를 찾는 것 같았다. 순간, 포기했다. 엄마가 이미 나가고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할아버지와의 몇 시간이 시작 됐다. 손녀는 볼을 좋아한다. 손녀는 어릴 때부터 같이 지냈던 관계로 쉽게 적응하고 '하하' 웃으며 잘 노는 편이다. 손녀의 웃는 모습은 행복이다. 모두가 그렇겠지만…….손녀가 오른손 검지를 쭉펴고 냉장고를 가리킨다. 무슨 의미인지 안다. 사과를 잘게 잘라 줬다. 이게 웬일인가. 먹다 남은 토마토케첩을 가져와서 꺼꾸려 들면서 사과접시에 부어 달라고 했다. 처음 하는 행동이었다.
◇ 2018.9.12
어른들이 하는 것을 본 것이다. 케첩을 넣어 줬더니 찍어서 먹는다. 손녀가 리모컨을 들고 왔다. ‘베이비 티브이’를 켰다. 평소엔 ‘뽀로로’를 좋아 했지만 지금은 조금 지겨워하는 것 같다. 손녀는 장난감인 피아노를 치면서 몸을 흔들고 이것저것 놀이기구를 켜며 몸을 움직이다. 어른 못지않은 몸놀림이다. 이제 22개월 된 아린이, 아직 말은 하지 못한다. 손녀의 머리에는 모든 정보가 축적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시점엔 말문이 트일 것이다. 또 한 손녀 둘째 딸의 아이 하윤이가 있다. 손녀들의 삶은 신비로움의 시작이고, 나는 소녀들로 인해 삶이 즐겁다. 2018.5.11.
정두효(,blog.daum.net/dh5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