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빛으로 더 없이 푸르렀다. 멀리 떠가는 구름은 하얀 빛을 뿜어내며 밀려가고 있다. 수 십 년을 자라온 메타세과이어 나무들이 하늘로 치솟는다.
땅에는 온갖 생명들이 움트고, 개나리꽃이 피어나고 있다.
바람은 갓 생겨난 생명들을 흔든다. 길가 야생화는 가냘픈 줄기에 매달려 웃고 있다. 봄이다. 겨울동안 땅속에 묻혔던 생명들이 경쟁이라도 하는 듯 솟아난다. 깊지도 않는 지표에서 참아온 분노를 터뜨린다. 지난 매서운 추위도 씨앗의 인내를 녹이지는 못했다. 꽁꽁 언 땅위에서도 움츠리고 기다리며 봄을 기다렸다. 햇볕이 따스해지고 바람이 변화를 알리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일제히 용솟음친다. 생명들은 콘크리트 틈새도 메워 나간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사람이 아닌 잡초다. 잡초는 어떤 곳에서도 돋아나고 씨를 뿌린다. 초봄의 연두색이 빛을 녹여 녹색의 세상을 만들어 간다. 세상이 생명으로 충만한 것은 비가 있고 하늘이 있고 바람 그리고 구름이 있어서다.
한강의 흐르는 물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하얀 구름은 물속에 잠겼다. 강변을 덮은 연노란 풀들에는 생명의 애잔함이 있고 세상을 부드럽게 한다. 연록색의 세상을 사람들은 좋아한다. 연록은 초봄의 햇빛을 닮았다. 날이 갈수록 햇살이 따가워 지듯이 잎들도 빛의 힘으로 억세어 진다. 그리고 온 세상을 덮는다. 아름다운 날이다. 생명들은 희망으로 넘치고, 따스한 바람이 볼을 스친다.
한 시인은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 하리라‘ 고 했다. 그는 저 세상에서 아름다운 이 세상을 노래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두효 2011.4.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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