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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그리움이...

밀려드는 그리움

by 옐로우 리버 2018. 5. 21.

늦은 가을비가 종일 내린다.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정겹다. 이렇게 찬비가 내리면 마음은 고향으로 향한다. 마을을 돌아 서면 낮은 언덕이 있고. 오솔길을 따라 오르면 발길이 머문다. 호젓한 산자락. 침묵의 세월 속에 부모님이 잠들어 있다. 고난의 시대에 태어나 일본, 중국을 떠돌던 두 분은 고향에서 만났다.

 

무덤 언덕엔 소나무들이 울창하고 감나무, 사과나무 밤나무 들이 가족을 이뤄 살아간다. 앞산 저 멀리로 산봉우리들이 서로 만나 허리를 맞대고.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적막감만 흐르는 외진 곳이다. 밤이면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은하수가 강이 되어 흐른다. 어둠이 걷히면 붉은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고. 밤이슬은 안개가 되어 피어오른다. 겨울로 가는 지금쯤은 시든 들풀들의 갈색 빛, 감나무의 노란 잎들이 흩날리고 있을 것이다. 이 계절이 깊어 가면 흰 눈이 부부의 언덕을 덮고, 어쩌면 깊은 밤 외로운 영혼들이 만나 얘기를 나누며 자식들을 그리워 할 지도 모른다. 사람이 숨을 거두면 산으로 간다. 이렇게 찬비가 내리는 날, 바람이 불고 견디기 추운 날이 오면 그리움이 되어 밀려온다.

그리움이 밀려드는 것은 애틋한 추억이 있고, 다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서다. 무엇보다 영원히 떠나보낼 수 없는 것은 또 다른 내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흐르는 세월 속에서 다른 삶을 살았지만 나는 부모에게서 왔고, 내가 있음은 또 다른 부모가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희생하며 자식을 길렀듯이 자식의 가슴속엔 언제가 부모가 있다. 무수한 별들이 하늘에서 반짝이 듯, 부모에 대한 추억은 빛이 되어 가슴속을 맴돈다. 같이했던 짧았던 시간들을 아픈 마음으로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오늘같이 비 내리는 밤이면 그 곳은 까만 어둠속에 빗물 구르는 소리만 들릴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수많은 그리움을 안고 살아간다. 지나간 그리움 중에서도 가슴을 저며 드는 것은 부모에 대한 추억이다. 사람들은 마음속에 부모를 묻고 살아간다. 그리워도 말도하지 못한 채, 가슴에만 안고 살아간다. 2012.10.27 정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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