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바람 숲42 숲속의 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도심을 벗어난 산언덕에 마스크를 벗고 앉았다. 어느새 산은 연녹색의 부드러움 으로 가득하다. 아직은 작은 잎새 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먼 하늘에는 흰 구름이 떠 간다. 조금 지나면 무성한 잎이 자라나고 숲은 숲으로 덮여버릴 것이다. 까마귀 울음 소리가 까악 까악하고 들여온다. 길가엔 도심 보다 늦은 새싹들이 올라와 바람을 타며 하늘거린다. 까치는 짝을 찾는 것일까. 나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 울어댄다. 소리의 울림이 골짜기를 가득 채운다. 시간이 듯 없이 흘러 산의 모습이 이렇게 달라져 있는지를 몰랐다. 계곡엔 맘대로 자란 벚꽃들이 피었다. 주변 나무들과 키를 맞추기 위해 위로 위로 순리대로 자랐다. 도심의 벚꽃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자연 속에 자연스러움 으로 숲과 어우러져 있다... 2021. 4. 16. 태백산의 겨울 눈덮인 태백산은 멋있었다. 나무들이 온통 하얀 눈을 뒤집어 쓰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바람은 태백을 넘어 손살같이 동해로 빠져 나가는 듯 했다. 민족의 명산 태백산, 삼국시대부터 천재단에 올라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위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 겨울의 명산은 사방천지가 하얀 세상이 되어 속내를 감추고 있는 듯 했다. 태백산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높은 산은 아니다. 해발 1567m로 두어 시간 남짓이면 오를 수 있는 곳이다. 길은 완만하고 유일사 입구 주차장에서 시작되면 등정 길은 더 가깝다. 시작부터 길은 얼음판이었다. 아이젠을 차고 오르기 시작, 잠깐의 포장길을 넘어서자 흰눈 세상이었다. 태백의 눈 풍경을 보기위한 산행이었고, 목적은 성공한 것이다. 아침에도 눈이 내렸다. 물기를 머금은 눈은 찰떡같이.. 2021. 2. 3. 인생 숲속 길엔 마른 나뭇잎 향이 가득하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면 바스락~ 하고 맑은 소리를 낸다. 나무위에는 청설모가 갈길을 못 찾고 두리번거리고 있다. 산 중턱 나무들은 이미 옷을 벗었다. 어제 온 것 같은 한해가 막바지로 가고 있다. 11월7일, 가을의 길목엔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나무는 어디에서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지 모르겠다. 기온이 떨어질 수록나무는 잎으로 가는 수분을 차단한다. 초록 잎은 연한 노랑에서 붉은색으로 갈색이 되어 떨어져 내린다. 그리고 에너지를 저축해 나간다. 마침내 한해를 마감하며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보낸다.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이 어찌 인간과 다를 수 있으랴, 산성 정상에서 뇌경색을 극복한 친구와 만나기로 되어 있다. 친구와는 자주 등산을 하는 사이다. 노출혈도 극복한 친.. 2020. 11. 18. 봄이 오면 봄이 오면 이런저런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다. 특히 이번 봄날엔... 봄은 따스한 햇볕과 함께 온다. 이번 겨울은 추웠던 날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계절은 겨울이었고 한두 번 추위가 있었다. 그저께는 영하 9도까지 갔었다. 오늘은 얕은 옷에서도 더위를 느꼈다. 계절의 변덕으로 봄은 이미 와 있는지도 모른다. 올 봄엔 봄바람을 느끼는 곳에 가보고 싶다. 강변도 좋고 새싹이 돋아나는 들녘도 좋다. 이번 봄엔 지금까지 가본 적이 없는 높지 않은 산들을 가보고 싶다. 낯선 산위에 올라,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싶다. 처음으로 가는 산엔 봄의 느낌도 다를 것 같다. 또 산길을 걸으며 야생화의 향기도 맡고 싶다.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도 좋을 듯하다. 살아오면서 만났었고 지금은 서먹한 사람들도 만나고.. 2020. 2. 13. 한라산에 올라 멀리 파란 바다 위에는 흰 구름이 떠 다니고, 산 정상의 사람들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서성이고 있었다. 잠시 후 언덕길을 올라 그들과 합류했다. 사람들은 표지 석 앞에서 차례차례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라산 정상은 포근하고 따뜻했다. 아침5시에 일어나 숙소를 나섰다. 택시로 성판악에 도착, 해장국으로 요기를 했다. 캄캄한 산길을 낯선 사람들과 줄줄이 걸었다. 눈 쌓인 길은 사람들이 밟는 아이젠소리만 들려왔다. 왼발~ 오른발~ 싸각 싸각~ 마치 군인들의 행군 소리 같았다. 어둠이 사라지며 산길 주변의 나무들이 시야에 나타났다. 완만한 길 주변에는 세월을 살다간 나무들이 쓰러져 흙으로 돌아 가고 있었다. 앞만 보고 걷고 걷는 사이에 진달래 대피소가 나타났다. 우리는 바닥에 주저 앉아 간단한 간식을 먹고 다시.. 2020. 1. 22. 어느날 들 (2013년) 2013년 5월 고향강가에서 바람이 불어 온다. 멀리 산을 넘어 숲을 건너 강물은 짙은 색깔을 머금고 소리 없는 물결로 흐른다. 강물에 드리운 그늘은 예전엔 하얀 모래 밭 이었다. 나와 친구들이 고기 잡던 강 지금은 울창한 버드나무 숲 흰 모래는 흔적도 없다. 무심한 강물만 예전 모습이다.. 2019. 11. 2. 올림픽공원의 가을날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과 나무와 풀과 모든 생명에게 그 색깔을 입혀갔다. # 공원으로 가는 길, 보도를 따라 하늘로만 뻗은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있다. 은행잎은 어느새 진한 녹색을 잃고 퇴색의 길에 접어들었다. 바닥에는 노란 열매가 수북이 쌓였다. 가을이면 지독한 냄새로 지나.. 2019. 9. 9. 강변에 부는 바람 ◇ 바람의 느낌 말하거나 몸을 움직이면 느끼지 못한다.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어도 그렇다. 조용한 마음으로 눈 감으면 솜털이 움직이는, 바람이 피부를 스쳐가는 소리가 들린다. 속눈썹을 흔들며 바람이 지나간다. 예미역에서 20분 거리, 동강변, 수십 년 수백 년의 세월을 두고 연마된 .. 2019. 8. 12. 이렇게 맑은 날 맑은 하늘, 높은 구름, 바람에 나뭇잎이 살랑인다. 오늘 같은 날은 무작정 걷는다. 공원에 들어서면 꽃들이 피어나고 바람과 하늘. 나무들을 만난다.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걸음마다 추억들이 지나간다. 멀리 산성 성벽엔 사람길이 보인다. 동쪽으론 하남의 높은 산이 한강으로 흘러내.. 2019. 6. 24.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