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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하늘 바람 숲

어느날 들 (2013년)

by 옐로우 리버 2019. 11. 2.

  

2013

 

5

고향강가에서

 

바람이 불어 온다.

멀리 산을 넘어 숲을 건너

강물은 짙은 색깔을 머금고

소리 없는 물결로 흐른다.

강물에 드리운 그늘은

예전엔 하얀 모래 밭 이었다.

나와 친구들이 고기 잡던 강

지금은 울창한 버드나무 숲

흰 모래는 흔적도 없다.

무심한 강물만 예전 모습이다.

댐이 생긴 후 모든 것은 사라졌다.

 

12.9.

잎이 떨어진 숲속길 가

마른 가지엔 첫 눈이 쌓였다.

밝은 햇빛은 조용히 내려와

하얀 눈에 내리고 눈은 더욱 빛난다.

바람이 불어 솔잎 위 눈이 흩날리고

발길이 끊어진 초겨울 산길은

싸인 눈위로 조용한 바람이 스치고

햇빛이 수줍게 내려 앉아 있었다.

나는 오늘도 산길을 걸으며 흩어진

낙엽과 사라진 생명들을 본다.

내 삶의 유한함을 본다.

 

8

시골 버스정류장

 

520분 차

그자석 먹는거 집착하네

버리고 얼른 타라

먹는것에 목숨거나'

버스는 출발시동이 걸리고

포기를 모르는 초등생

차 계단앞에서

컵 라면 먹기에 바쁘다

'그만 먹고 타라

차는 터미널을 나서고

라면 먹는일은 포기가 없다.

한시간 후에나 차가 있는데...

 

9월2일

내가 죽어 땅위에 누우면

참 좋을 것 같다.

바람과 달과 별을 볼 수 있다.

내가 땅 속에 누우면

뭘 볼 수 있을까

너무나 답답할 것 같다.

나는 땅위에 살고 싶다.

모든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고 싶다,

 

11

달빛은

 

배가 나온 달빛이 희미하게 내리고

앙상한 가지들은 길 위에 앉았다.

소나무 짙은 잎이 잔디 위에 내리고

달빛 따라 바람에 흔들린다.

바람이 솨하고 확 불어오면

낙엽들 뒹구는 소리 스스스 스

늦은 가을이 겨울로 가고 있었다.

구름은 달이 간 길을 따라 흘러가고

달빛 길엔 별들이 사라져 간다,

 

가을 날

낙엽이 구르는 저녁

해가 질 때는 왜 이렇게 슬픈지 모릅니다.

낙엽이 찬바람에 스치고 어둠이 오면 슬퍼집니다.

마른 낙엽이 슬픈 소리를 내며 쓸려갑니다.

어제는 천둥비가 내렸고 잎은 더 많이 떨어졌습니다.

인생도 낙엽 아닌 가요. 이렇게 쓸쓸히 바람이 불고

어둠이 밀려오는 저녁이면

어느 누구에게 기대어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어짐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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