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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하늘 바람 숲

인생

by 옐로우 리버 2020. 11. 18.

숲속 길엔 마른 나뭇잎 향이 가득하다.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면 바스락~ 하고 맑은 소리를 낸다. 나무위에는 청설모가 갈길을 못 찾고 두리번거리고 있다. 산 중턱 나무들은 이미 옷을 벗었다. 어제 온 것 같은 한해가 막바지로 가고 있다.

117,  가을의 길목엔 겨울이 기다리고 있다. 나무는 어디에서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지 모르겠다. 기온이 떨어질 수록나무는 잎으로 가는 수분을 차단한다. 초록 잎은 연한 노랑에서 붉은색으로 갈색이 되어 떨어져 내린다. 그리고 에너지를 저축해 나간다. 마침내 한해를 마감하며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보낸다.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이 어찌 인간과 다를 수 있으랴,

산성 정상에서 뇌경색을 극복한 친구와 만나기로 되어 있다. 친구와는 자주 등산을 하는 사이다. 노출혈도 극복한 친구였다. 같은 산을 수십번을 올랐을 것 같다. 그동안 한 애기들은 산을 넘었을 것이다. 우리는 솔밭에 앉아 간식을 한후 하산길을 걸어 산성노타리 정거장으로 향하곤 했다. 평택에 있는 친구가 전화가 왔다. 서울 송파에 있는 병원에 오는 길이라며 만나자고 한다. 이 친구도 뇌경색으로 고생하고 있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자전거로 속초까지 달리던 친구였다. 그렇게 키가 크고 깡마르고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가 그런상황에 노여지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산에서의 선약으로 만날 수가 없었다. 평택으로 한 번 가야겠다. 산에서는 가파르고 긴 계단을 오르는 것이 힘들다. 50년대에 태어난 인생들은 깔딱 고개를 오르는 것 같은 삶을 살았다.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다.

어제 동창모임에서는 한 친구가 치매로 인지기능을 잃었다고 한다. 등산을 같이 다니고 골프도 치던 친구였다. 몇해동안 고생한다는 말은 간간이 들었다. 상황이 악화되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모든 일들은 순식간에 다가오고 지나간다. 삶도 마찬가지다. 계절이 바뀌어 가듯 그렇게 변해간다.

1118. 오전 10시가 지나서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고향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였다. 법원에서 이혼판결문을 받아 오는 길이라고 했다. 자신이 이혼을 신청한 것이지만 내막은 알 수가 없다. 부인의 종교문제는 도를 넘어 가족을 삶을 어렵게 해온지 오래다.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생노병사의 과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삶 차체는 생고병사가 아닌가 한다.

나무에 매달린 마른 낙엽같이 인생이 황혼으로 가고 있다. 날이 갈수록 주변에서 좋은 소식을 듣게 되는 일이 드물어 졌다.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자동차 지붕엔 겨울눈같이 낙엽이 쌓였다. 정두효 / 2020.11.18

 

◇ 오늘은 비가 내리고 나뭇잎들이 쏟아져 내렸다(송파구 양재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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