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스토리지73 오는 가을. 가는 가을 베란다 밖 나무 잎들이 바람에 떨고 있다. 맑고 밝은 잎들이 어느새 무거운 색깔로 변했다. 뿌리는 줄기에 주었던 수분을 모두 빨아들인 것 같다. 아직 낙하하지 못한 잎들은 본능적인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금은 흐린 날씨에 비가 내린다. 찬비가 오면 잎들은 더욱 견뎌내지 못한.. 2018. 10. 29. 시월이 남아 있다는 것은 시월이 가고 있다. 한 해가 언제 시작되었나 했는데 봄이 가고 또 여름이 갔다. 하늘과 바람이 바뀌고 계절이 흘렀다. 여름의 막바지에서 더운 날씨를 원망하곤 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아, 여름이 갔나보다, 가을이구나, 계절은 예고도 없이 하루 밤새 경계.. 2018. 10. 1. 삶은 스치는 바람 같은 것일까 어느 날 공항으로 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으니,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메시지가 왔다. 병원 장례식장에 먼저 도착한 친구들의 모습은 침통했다. 아내와 두 딸은 갑작스런 그의 죽음에 넋을 잃고 눈물만 흘렸다. 잠자리에든 사람이 아침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 2018. 9. 29. 숲엔 생명들로 가득 사람들은 왜 산을 좋아할까. 작은 언덕을 올라서니 바람이 시원하다. 등짝에 베인 땀이 차다. 길 위엔 나무사이로 내린 햇빛이 어른 거린다. 산길은 비가 내린후 걷는 것이 좋다. 먼지도 없고 신발이 땅에 착착 붙어 미끄러질 염려도 없다. 지금 10시30분, 추석 차례도 지내고 식사도 끝났을 .. 2018. 9. 28. 엄마들의 눈물 자식을 보내는 어머니들의 눈엔 눈물이 자꾸 흘러내렸다. 징병제인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상황인 듯했다. 춘천시 외곽 제2보충대 정문 앞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입영자들은 모자를 쓰거나 까까머리로 모여들었다. 처 조카의 입영식을 기다.. 2018. 9. 21. 가을 길을 가면... 강변길은 물길을 따라 이어진다. 만나는 숲속에는 풀벌레들 소리가 요란하다. 걸음을 멈추고 풀 속을 보면 울음이 멈는다. 곤충들은 초록으로 위장한 체 나를 본다. 내가 멀어지면 다시 시작되고 울음은 낮에서 밤으로 이어간다. 길은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가을 길 위엔 온갖 생명들이 큰 울음을 내 뱉고, 늦가을 추위로 멍든 잎들은 힘을 잃어간다. 봄 길은 환하다. 부드러운 생명들이 솟아나 풍요로 가득하다. 햇빛과 강바람을 받으며 생명의 숨소리가 대지를 덮는다. 여름 길 위엔 풀과 나무들이 만든 그 억셈과 열매로 가득하다. 겨울 강변엔 마른 갈대가 거친 소리를 내고 찬 강물이 시간을 따라 흐른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각자의 길을 간다. 길은 시간을 타고 펼쳐져 있고 길 위엔 써늘한 바람이 분다. 오.. 2018. 9. 19. 사랑이었나 '안아줘…' 여자 친구가 와락 내게 다가왔다. 대 낯에 남녀 친구들 20여명은 있는 대로에서……. 나도 웃으며 팔로 안았다. 모두 웃고 있었다. 달빛 신작로를 걸었다. 포장도 되지 않은 도로는 하얗게 빛을 품어냈다. 걸어온 길을 뒤로 하며 달빛과 함께 이웃 마을로 마실을 다니곤 했다. 늘.. 2018. 9. 11. 사소한 행복 손녀가 마룻바닥을 빠르게 기어 다닌다. 앞뒤 열어둔 창문에서 봄바람이 마루를 지나간다. 공기는 맑고 하늘은 따뜻하다. 우리 식구가 다 모여 있다. 이제 10개월 된 손녀는 사람을 따라 바닥을 밀고 다니고, 어른들은 오랜만에 삼겹살을 먹는다. 바람이 냄새를 순식간에 서에서 동으로 끌.. 2018. 9. 11. 밤의 시작 서늘한 바람이 스친다. 풀잎들의 흔들림이 조심스럽다. 강바닥에 고인 물웅덩이는 수양버드나무들이 늘어져 고요하다. 노을이 버드나무 가지들과 물속에 깊이 잠겼다. 수면은 작은 고기들이 일으킨 파문으로 반짝인다. 석양이 서쪽 산을 물들이고 가파른 동쪽은 시커멓다. 마을을 지나가.. 2018. 9. 11. 이전 1 ···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