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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에세이 스토리지73

'내 이름은 아버님' 40대 초반 정희씨가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무언가 호칭이 필요했다. 우리 조의 여성들이 나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아버님이 된 것이다. 토요일 요리 반은 8개 조로 되어 있다. 내가 나타나자 모두들 의아해 했다. 나이께나 든 남자가 요리 반에 왔으니 그랬을 것이다. 수업은 .. 2019. 3. 10.
늑대가 울던 밤 어느 깜깜한 겨울 밤, 아이울음 소리 같은 동물의 무서운 소리가 산에서 들려왔다. 소름 돋는 소리는 먼 곳에서 가까이서 반복되었다. 어른들이 긴장하며 늑대가 우는 소리라고 했다. 방안과 밖은 문살을 바른 종이 밖에 없는 집이었다. 나는 무서워 이불속으로 속으로 들어갔다. 50년 대 .. 2019. 2. 15.
귀성(歸省)의 추억 이제 며칠만 지나면 설날이다. 설을 앞두고 사람들은 전국 곳곳에서 고향길 채비를 서두른다. 고향을 떠나 살아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고향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간다.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도 자신이 자랐던 산과들은 마음의 안식을 가져다 주기때문일 것이다. 고향은 기둥은 부모다. .. 2019. 2. 12.
때때옷 입고... 설날이면 우리는 큰 집으로 차례를 지내러 가곤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가족모두가 길을 나섰다. 읍내까지는 어떻게 차를 타고 갔지만 그 다음 15리 길을 걸어 다녔다. 초등하교 시절엔 멀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그 길은 힘들고 지겹지만은 않았다. 오랜만에 부모와 함께하는 외출이고 신.. 2019. 1. 31.
첫 수술 첫 수술은 많이 아팠다. 그러나 꼼짝할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때 낚싯대를 메고 먼 저수지로 가던 중 내리막길에서 넘어졌다. 별 문제 없이 낚시를 했다. 며칠이 지났을까, 왼팔과 옆구리 사이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참고 또 참으며 버텼다. 견디다 못해 읍내 병원에 갔다. 진찰결과 수술.. 2019. 1. 11.
살아가는 길 인생은 과정이다. 살아오면서 실패도 했고, 괜찮았던 일들도 있었다. 실패의 허탈감과 성공의 기쁨을 맛 보기도 했다. 지금 인생의 과정을 얘기하기엔 늦은 시기 일지도 모른다. 살아온 궤적이 언덕을 넘어 내리막길로 가고 있으니 그렇다. 남아 있는 길에서 어떻게 연착륙 할 것인지, 랜.. 2019. 1. 11.
추억 만들기 역을 벗어나자 하늘을 봤다. 화창한 봄날을 기대했던 그 곳엔 짙은 구름에 덮여 있었다. 먼 하늘을 보며 옛 자취를 찾았다. 젊은 시절 머물렀던 땅엔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벌써 몇년이 흘러간 추억이다. 사람들은 고향 또는 지난날 살았던 곳을 가게 되면 여러 가지 상념들에 젖곤 한.. 2019. 1. 4.
시간의 배 올해가 이제 하루 남았다.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무술년이 흘러갔다.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 시기쯤 폭발이 있었고 시간이 시작되고 공간이 생겨났다. 최초 100억년은 無였다. 폭발 후 장구한 세월이 흐르고, 사람은 최근에야 나타나 시간의 배를 탔다. 삶은 시간의 배를 타고 흘러 .. 2018. 12. 30.
나에게 나에게... 어둠이 희미한 가로등을 감싸 안았다. 나는 밖을 보고 있고, 창 너머 헐벗은 나무들이 나를 보고 있다. 조용한 저녁, 왠지 모를 허전함이 밀려온다. 이미 그 많았던 여름과 가을의 생명들이 사라져 버렸다. 하루 해가 모습을 감추고 모든 것이 빛을 잃은 지금, 나의 살아 있음과 .. 2018.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