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밖 나무 잎들이 바람에 떨고 있다. 맑고 밝은 잎들이 어느새 무거운 색깔로 변했다.
뿌리는 줄기에 주었던 수분을 모두 빨아들인 것 같다. 아직 낙하하지 못한 잎들은 본능적인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금은 흐린 날씨에 비가 내린다. 찬비가 오면 잎들은 더욱 견뎌내지 못한다. 내일이 오면 나무마다 잎들이 겹겹이 쌓일 것이다.
계절이 겨울로 가듯이 삶도 그렇다. 시간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인생의 마지막 계절이 다가오게 마련이다. 이 계절은 빨라서 어떻게 한주가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추억이 있으면 시간은 느리게 간다고 했는데, 반복되는 일상은 세월을 앞당긴다. 지나간 시간은 가버렸고, 남은 시간은 더 빠르게 질주하며 앞으로 흘러간다. 앞으로의 10년의 느낌은 어쩌면 10개월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 번의 비바람에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듯이 몸도 잎들 같이 갑자기 낙하할지도 모른다. 잎새들이 한 번의 된서리에. 혹한에 사라지듯이... 시간은 광속으로 흐르고 삶은 시간을 타고 흘러간다.
이제 곧 겨울이 온다. 나이가 갈수록 추위가 싫다. 견디기 힘든 신체의 변화 때문이다. 시간 따라 몸의 기능은 퇴화의 길로 간다. 느린 시진대사는 열기를 품어내지 못한다. 되도록 따뜻한 겨울이 좋겠다. 추위는 인간에게나 식물에게도 힘이 든다. 잎들이 떨고 있는 뜰로 나가야겠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 마지막 가을을 봐야겠다. 자동차위에 떨어진 낙엽을 치워야겠다. 오늘은 큰 딸의 상견례 날이다. 정두효 20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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