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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에세이 스토리지

시월이 남아 있다는 것은

by 옐로우 리버 2018. 10. 1.

시월이 가고 있다.

한 해가 언제 시작되었나 했는데 봄이 가고 또 여름이 갔다. 하늘과 바람이 바뀌고 계절이 흘렀다. 여름의 막바지에서 더운 날씨를 원망하곤 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 여름이 갔나보다, 가을이구나, 계절은 예고도 없이 하루 밤새 경계선을 넘었다. 시간의 흐름을 서글퍼 했다. 지나가버린 시간은 어쩔 수 없는데, 아직 시월이 남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시월은 온갖 생명체가 결실을 맺고 사라져갈 준비를 하는 계절이다. 시월은 아름답다. 맑은 하늘, 멀리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있고, 산과 들에는 화려한 단풍의 잔치가 있다. 시월은 사람이 살아가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적절한 온도와 습도, 피부를 스쳐가는 바람은 계절이 가져다 준 선물이다.

가을은 이미 들판을 노란 벼들의 색깔로 수채화를 그렸다. 벼들은 이제 곧 머리를 숙이고 그들을 키워준 사람들에게 생명을 줄 것이다.

숲속 풀벌레들의 합창 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그들은 시월이 가고 찬바람이 불어오면 더 울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들국화의 색깔도 맑다. 푸른 하늘에서 오는 햇빛과 흰 구름의 조화로 더욱 아름답다. 벌. 나비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이 달이 가고나면 꽃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시월이 남아 있다는 것은 온갖 생명체가 살아갈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시월이 저 멀리 갈즈음엔 생명들이 시들어 간다. 나뭇잎들도 초록의 잎을 바래며 떠날 준비를 한다.

이제 곧 시월이 가버리면 우리들의 활동도 움츠러들고 햇빛도 강렬함을 잃는다. 시월의 날들이 가고 있다. 다시 올 시월은 저 멀리 있는데.... 정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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