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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에세이 스토리지

사소한 행복

by 옐로우 리버 2018. 9. 11.

  

손녀가 마룻바닥을 빠르게 기어 다닌다. 앞뒤 열어둔 창문에서 봄바람이 마루를 지나간다. 공기는 맑고 하늘은 따뜻하다. 우리 식구가 다 모여 있다. 이제 10개월 된 손녀는 사람을 따라 바닥을 밀고 다니고, 어른들은 오랜만에 삼겹살을 먹는다. 바람이 냄새를 순식간에 서에서 동으로 끌고 나간다. 둘째 딸이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 방금 사위가 출산이 언제 될지 모르니 혼자 있지 말라고 했다. 두 딸이 결혼하기 전 가끔 삼겹살을 먹곤 했다. 오늘은 결혼 후 처음으로 먹는 것이다. 창 밖에는 5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온 식구가 다 모여 시간을 보내는 이 순간, 작지만 행복이다. 그냥 일상 속에서 맞는 이 시간, 살아 있음에서 오는 찰라다. 끝없이 변해가는 자연에 감사할 일이다. 그 속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20175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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