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가 마룻바닥을 빠르게 기어 다닌다. 앞뒤 열어둔 창문에서 봄바람이 마루를 지나간다. 공기는 맑고 하늘은 따뜻하다. 우리 식구가 다 모여 있다. 이제 10개월 된 손녀는 사람을 따라 바닥을 밀고 다니고, 어른들은 오랜만에 삼겹살을 먹는다. 바람이 냄새를 순식간에 서에서 동으로 끌고 나간다. 둘째 딸이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 방금 사위가 출산이 언제 될지 모르니 혼자 있지 말라고 했다. 두 딸이 결혼하기 전 가끔 삼겹살을 먹곤 했다. 오늘은 결혼 후 처음으로 먹는 것이다. 창 밖에는 5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온 식구가 다 모여 시간을 보내는 이 순간, 작지만 행복이다. 그냥 일상 속에서 맞는 이 시간, 살아 있음에서 오는 찰라다. 끝없이 변해가는 자연에 감사할 일이다. 그 속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2017년 5월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