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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에세이 스토리지

나에게

by 옐로우 리버 2018. 11. 28.

나에게...

어둠이 희미한 가로등을 감싸 안았다.

나는 밖을 보고 있고, 창 너머 헐벗은 나무들이 나를 보고 있다. 조용한 저녁, 왠지 모를 허전함이 밀려온다. 이미 그 많았던 여름과 가을의 생명들이 사라져 버렸다. 하루 해가 모습을 감추고 모든 것이 빛을 잃은 지금, 나의 살아 있음과 창밖 마른가지가 대조를 이룬다.

밤의 침묵 속에서 낮의 어수선함이 낯설게 다가온다. 전철을 타고 많은 사람들을 봤다. 어떤 사람들은 나들이를, 또 다른 사람들은 산으로, 정장 차림에 결혼식에 가는 사람, 모두가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택시를 잡았다. 성당 마당은 사람들로 넘쳤다. 신랑 측 부모는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도 친구들과 악수하기에 바빴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를 확인한다. 사람들은 타인에게서 자신을 찾는 것 같다. 낮의 부산함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밤은 이제 밤의 여행으로 깊어가고 어둠은 짙어졌다. 싸늘한 날씨, 떨어진 낙엽은 바람이 부는 곳으로 굴러다닌다. 깊은 밤은 혼자됨을 더 깊게 한다. 밀려오는 외로움은 우리가 준비해 가야 할 길이다. 겪고 또 겪어 가면 익숙해져 갈 것이다. 언젠가는 내 주변을 잃고 혼자됨은 피할 수 없다. 계절의 변화에 넘쳤던 생명이 사라지듯이 사람도 같은 길을 가게 된다. 나와 나, 나와 어둠, 나와 나무, 주변과의 대화는 미래를 위한 준비다.

시간은 자정을 향해가고, 사람들은 오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얘기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기억할 수 없는 말들을 뒤로 한 채, 나는 지금 혼자 어둔 밖을 보고 있다. 낯선 미래를 기다리며……. 정두효 20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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