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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에세이 스토리지

추석아침

by 옐로우 리버 2022. 9. 10.

밝은 햇살이 쏟아져 창밖이 눈 부신다.

가을은 밝고 맑고 찬란하다. 높고 푸른 하늘이 있어 더 그렇다.

지금은 집집마다 차례 상을 차려놓고 있을 시간이다. 조상에 대한 예는 인간의 최소한의 도리일 것 같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는 없는 일이고, 현재가 미래로 가는 동력이다. 옛날 같으면 지금쯤 아이들을 뒷자리에 태우고 시골길을 달리고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그랬다. 부모님이 계실 때는 부모를 만나기 위해 갔었다. 10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곤 했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제사를 위해 그 길을 다녔다. 상하행길은 언제나 차들로 미어났다. 그래도 그 길은 좋았다. 사람들은 명절에 고향 가는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이미 고향에 연고가 없거나 월남민들도 주변에 적지 않았다.

고향은 해체의 길로 급속행진을 했다. 세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사라지고 인구는 급격하게 줄어갔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자손들의 결집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구심점이 사라져서일 것이다.

세상은 아날로그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 접어든지 오래다. 생활수준은 향상되고 세상은 복잡해졌다.

가족단위는 분산되고 단순한 생활에 여유를 즐기는 생각으로 바뀌어 갔다.

그래도 옛명절문화와 디지털시대 문화가 공존하는 면이 많다. 사람들은 여전히 고향을 찾는다. 젊은 날의 나의 모습이다. 부럽기도 하다. 물론 농촌만이 고향은 아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부산 대구 광주 대전도 모두 고향이다.

그래도 고향의 이미지는 농촌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못 살아서 모두 농촌을 떠나 도시에 정착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명절 아침이 조용히 흐르고 있다. 이 고요는 모두가 차례를 지내거나 온 식구가 밥상머리에 앉아 추석을 보내고 있어서일 것 같다. 정두효/ 202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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