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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에세이 스토리지

그 옛날 여름날들

by 옐로우 리버 2018. 7. 18.

  

찰방 찰방 찰방…….

아낙네들 물 끼얹은 소리, 희미한 별빛아래 여인들의 모욕하는 모습이 어른거렸다. 누군지는 모른다. 나의 어머니도 누이동생도 그렇게 여름을 보냈다.

무더운 여름 하루를 식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집에는 전기도 선풍기도 없었다. 더위를 쫓는 방법은 노란 부채, 공장제품은 아니었을 것이다.

흐르는 강물 상류엔 언제나 마을 여인들이, 아래쪽엔 남자들이 목욕을 했다. 무언의 약속이었다. 어둠속에 여인들 소리가 들리면 남자들은 아래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맑은 물은 언제나 투명했고 겨울엔 그냥 퍼다가 장독엔 보관하고 마셨다. 어느 정도 오염이 있었다고 해도 모래가 정화시켜줬다.

목욕 후엔 모래에 삼배 홑이불을 깔고 가족들이 앉아 얘기를 나눴다. 감자. 옥수수를 먹기도 하면서……. 쿠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편안했다. 캄캄한 하늘엔 은하수가 뿌옇게 빛나며 흘렀고, 유성이 가끔씩 하늘을 가로 질렀다. 젊은 청년들은 모여서 씨름을 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씨름을 붙이기도 했다. 서로를 부추기며 경쟁심을 자극했다. 강변에 살았던 사람들은 씨름 기술이 좋았다. 받다리걸기. 배지기등을 서로 단련했다. 강변의 밤은 모기가 없어서 좋았다. 여름 집은 모기 천국이었다. 강변에서는 그냥 맨몸으로 잠을 잤다. 이슬은 홑이불로 막았다. 도시의 여름이 덮다.

에어컨이 돌아가고 선풍기가 여름을 쫓지만 역부족이다. 품어내는 열기는 다시 도시를 데운다. 정두효 2018.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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