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람이 불어온다. 해는 산마루에 걸려 절반의 빛을 잃었다. 한 시간 이상 빠르게 하루가 마감되는 것 같다. 붉은 강물이 바람에 반짝인다. 매미들 울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 온다. 바람은 자갈밭을 미끄러지듯 스쳐가며 멀리 키 큰 버드나무들을 흔든다.
강변은 자갈로 거칠다. 미끄러운 물 떼는 걸음을 불안하게 한다. 산 너머 해가 사라졌지만 매미들 울음소리가 정겹다. 그들의 울음은 언어다. 저쪽에서 멈추면 어김없이 이쪽에서도 멈추고, 한쪽에서 울음이 시작되면 또 따라 울어댄다. 해가 사라지자 바람도 줄어들고 강물의 반짝임도 잦아든다. 어둠속에서 달이 떴다. 구름 속을 여행하는 달빛에 자갈들이 반짝인다. 달빛에 따라 자갈들이 사라지고 나타남을 반복한다. 해는 지고 없지만 자갈과 물과 나무들은 달빛과 얘기를 나누는 것 같다.
강가에는 몇몇 사람들이 고기 잡기에 열심이다. 달빛 강은 고기잡이에 좋은 시간이다. 검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강물위에서 어른거린다. 고요한 강변엔 삶과 죽음이 교차한다. 물속의 고기들은 사투를 벌인다. 함성이 터질 때마다 많은 고기들이 잡힌다. 달빛이 내리는 강변에서 사람들은 생을 즐기고, 고기들은 생을 마감한다.
달은 중천으로 떠가고, 강바람은 자갈위에 누운 나를 스친다. 오랜만에 느끼는 고요함이다. 강물위로 투망이 넓게 펼쳐 진다. 정두효 20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