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재 해수욕장
◇ 제주의 겨울 유체꽃은 잊었던 봄의 냄새를 기억하게 한다.
◇ 파도가 밀려가는 푸른바다위에서 고기잡는 어선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제주가 좋은 것은 육지와 다른 무엇들과의 만남이다.
그 곳엔 차가 달리는 거리마다 색다른 풍경이 다가온다. 들판엔 키다리 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겨울의 가로수는 녹색으로 푸르다. 육지는 영하10도, 여기는 영상이다. 바닷바람이 불어와 공기는 맑고 상쾌하다. 도시를 벗어나면 구릉지가 이어지고 푸른 하늘과 맑은 들판이 다가온다. 밭들은 검은 돌담으로 경계선을 이루고, 쭈뼛쭈뼛 나무들이 감싸고 있다. 비자나무 숲은 은은한 향기로 가득하다. 수령이 960년이 된 나무도 있다고 한다.
겨울이지만 가로수에 꽃이 폈다. 빨간 꽃이 단풍나무 같다. 가까이 가서보면 꽃이 아니다. ‘먼나무’ 열매다. 어디서 왔을까, 나무이름의 유래가 궁금하다.
해수욕장을 벗어나자 검은 돌담길이 도로 양쪽으로 이어졌다. 한참을 달려도 돌담이다. 고향 돌담 같은 정겨움이 있다. 가로수들이 특이한 것은 나무들의 수종이 다르고, 한적한 길로 이어져 있음이다. 어떤 도로는 삼나무가 숲을 이룬다. 쭉 뻗은 길 위로 하늘이 좁게 다가오고 낮인데도 어둡다.
또 다른 길엔 하귤나무의 노란열매가 이어진다. 중문단지 쪽으로 퍼져있는 담팔수는 하체를 벗어던진 채 잎이 무성하다. 겨울속의 녹색이라 고맙다
호텔 뒤 바다를 끼고 있는 산책로는 아름답다. 절벽 위로 이어진 길은 언덕과 바다로 연결된다. 확 터인 태평양은 속을 시원하게 한다. 찬 바다에는 몇 사람이 파도타기를 한다. 햇빛이 눈부신 바다위엔 어선들이 아슬아슬하게 떠 있다.
밤이다. 창밖은 달빛으로 은은하고, 건물들의 조명은 차분하고 고왔다. 하늘엔 밝은 달이 떠있고 바닷물은 은은하게 빛났다. 순식간에 거센 바람이 나무들을 흔들어댔다. 온 식구들이 같이한 여행은 추억이 되었다. 많은 얘기를 나누는 시간들이 좋았다. 열일곱 달된 손녀가 침대에서 바닥으로 점프를 했다. 두꺼운 카펫이 깔려있어 다행이었다. 제주의 훼손이 안타까웠다. 변화에 가속이 붙고 있는 것 같았다. 한라산은 앞으로도 온전할까, 2017년 12월9일~11일 정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