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남이 내게 베푼 고마움은 잊지 않는다. 오늘 뎃생강좌 강사는 옛이야기를 했다. 초등학교 4~5학년 때 어머니가 딸 친구들을 초청 했다. 양계장 닭들이 병들어 내장을 제거하고 먹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30명분을 준비 했는데 48명이 들이닥쳤다. 하는 수 없이 반 마리씩을 나눠 먹였다. 동창회에서 친구들이 40여년이 지난 닭조림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맛과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동기생 딸이 어릴 때 친구들과 여의도에 놀러갔다. 정신없이 놀던 아이들은 간식으로 차비를 모두 써버렸다. 해는 기울고 집에 갈 차비는 없었다. 그들은 어떤 아저씨한테 사정얘기를 했더니 2만원을 줬다고 한다. 2만원이면 택시를 타고도 남을 돈이었다. 아이들은 그 돈으로 맛있는 것도 더 사먹고 집으로 돌아 왔다고 한다. 딸 나이가 30을 넘어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그 때 일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한 친구는 군 생활 중 휴가를 나와 귀대하면서 차비를 잊고 버스정류장에 나왔다. 60km나 되는 집에 되돌아가서 다시 온다면 귀대 시간이 늦을 것은 뻔했다. 그는 버스기사에게 사정얘기를 했다. 기사는 빈자리가 있어 무료로 태워 줬다고 했다. 도중에 기사는 김밥까지 사줬다고 했다.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많다.
친구와 남한산성 등산에서 자주 만나곤 한다. 며칠 전 약속장소에 먼저 왔던 친구는 여자 세 사람과 양푼이 비빔밥을 먹고 있었다. 산에서 먹는 비빔밥은 처음이고 나도 같이 얻어먹었다. 잡곡밥에 야채와 고추장을 넣어 만든 것으로 맛있었다. 식사가 끝난 후 휴지로 그릇을 슥슥 닦은 아주머니들은 양푼을 배낭에 넣고 떠났다. 다음에도 만나면 양푼이 비빔밥을 또 주겠다며……. 사람은 살아가며 남으로 인해 어려움도 겪지만 좋은 배려를 많이 받는다. 그래서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정두효 2014.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