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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에세이 스토리지

결혼식의 뒷맛

by 옐로우 리버 2018. 4. 17.

 클래식 음악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이 식장에 들어선다. 하객들로 부산한 식장 안, 양가 어머니들의 촛불이 켜지고 서로 인사를 나눈다. 신랑신부의 입장으로 시작 되는 결혼식은 주례사, 축하 송 등이 분주한 가운데 진행 되고 하객은 예식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저 혼돈이고 바쁘기만 한 모습이다.

60~70년대 전통 결혼식은 생활의 여유와 풍류가 있었다.

 신부의 마당에서 거행되는 결혼식은 온 마을의 축제였다. 마을 사람들은 쌀, 부침개, 식혜 등 갖가지 장만한 음식으로 부조를 했다. 집안 누이가 결혼을 하면 친척들이 밤을 새워 노래하고 즐겼다. 막걸리와 젓가락 장단에 맞춰……. 신랑은 호된 신고식도 치렀다. 신부 일가친척들에게 한식구가 됐음을 알리는 신고식인 것이다. 참석자들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매질이 가해졌다.

 신랑 발바닥을 매질하며 장모를 압박한다. 장모는 있는 음식 없는 음식을 장만해서 대접 한다. 80년대를 거치며 결혼식은 고급화 되어갔다. 전반적인 경제력의 향상으로 호화로워 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의 결혼식이 호텔, 전문결혼식장 아니면 마땅한 것이 없기도 하다. 도시화된 세상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오래전 하이델베르크 지역을 지나다가 작은 교회의 결혼식과 마주쳤다. 결혼식을 마친 신랑신부 가족 10여명이 정문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엔 행복으로 가득했고, 우리들에게 눈웃음을 보냈다.그들은 모습은 여유로 넘쳤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식을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 기억에 남은 나만의 결혼식을 할 수 있을까, 마땅한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초대받은 하객들 대부분은 눈도장을 찍고 식당으로 향한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변하고 있다. 다행스런 일이다. 정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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