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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에세이 스토리지

감자가 싹을 틔운다

by 옐로우 리버 2018. 4. 6.

 

 

감자도 양파도 무섭게 싹을 틔운다. 한 낮 기온이 15~19도를 오르내린다. 며칠 전 마트에서 사다 놓은 감자마다 싹이 나왔다. 냉장실에 넣어 성장을 억제해 보려고 했다. 그래도 싹은 더 자랐다.. 단단하던 둥근 모양은 영양분을 빼았겼는지 주글주글 하다. 밀폐된 공간에서 온도와 햇빛이 없어도 감자는 싹을 키운다. 한 알의 감자에서는 8~10개의 싹이 돋아 난다. 양파는 한 가운데서 줄기가 돋아난다. 유전자를 퍼뜨리는 방식의 차이다. 모두 자신의 몸을 먹고 자란다.

 

세상 만물이 봄을 맞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에 바쁘다. 식물들의 유전자에 저장된 정보는 때가 되면 어김없이 능력을 발휘  한다. 자신이 자랐던 땅을 떠난 지 몇 개월이 지났고, 뿌리도 줄기도 없지만 계절을 느끼고 살아난다. 시베리아 겨울 밀은 추위를 겪지 않으면 싹을 틔우지 않는다고 한다. 겨울이 따듯하면 봄이 와도 싹을 틔우지 않는 것이다. 그들의 유전자 정보는 혹한 후에 싹트게 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밀 씨를 냉장보관한 후 싹을 틔우는 방법을 고안 했다. 밀은 냉장고 안에서 겨울을 경험하고 싹을 내민다. 식물의 유전자가 똑똑하긴 하지만 사람보다는 덜 똑똑이다. 냉장고 온도를 겨울추위로 알고 싹을 틔우니까, 워싱턴 체리나무는 겨울이 지난 4월에 꽃을 피운다고 한다. 그들은 따뜻한 5월 햇볕에 열매가 익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4월과 같은 날씨가 계속되어도 9월엔 꽃을 피우지 않는다. 곧 바로 추위가 온다는 것을 알아서다. 모든 살아있는 생물들은 유전되는 정보로 삶을 이어간다.

 

식물의 열매와, 씨앗이 겨울엔 헐벗고 숨을 죽이고 있지만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어가야 하는 시기를 알고 있다. 동물들의 새끼가 태어나자마자 어미의 젓을 찾아 가듯이 살아가는 모든 것은  생존의 방법을 갖고 태어난다. 진달래도 산수유도 꽃을 피웠다. 세상이 초록으로 갈 준비에 분주하다. 봄날이 하루하루 가고 있다.             정두효 (blog.daum.net/dh5256) 201759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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