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이제 1학년 입학을 하고 엄마랑 학교에 간다. 이제 4일째다.
할아버지인 나는 손녀 집에 와서 잠깐 동안 둘째를 본다. 작은 아이는 어떤 날은 일어나 있지만 잠자고 있는 날도 있다.
이불 속에 얼굴만 내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귀엽고 사랑스럽다. 어쨌든 언니가 현관문을 나서기 전 잠자리에서 나온다. 늦게까지 잘 수는 없다.
어린이 집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돌아오기 전 아침을 먹고 기다려야 한다. 할아버지 이리 와봐, 하며 부른다. 책 읽어줘, 한 장 한 장 읽어 가면 앞선 내용을 이야기 한다.
이미 엄마와 여러 번 읽어서 아는 것이다.
할아버지 이렇게 해봐. 하면서 한쪽 다리를 들고 선다. 할아버지는 안 되는데, 손녀는 오래 서 있다. 지난 건강검진 때 의사t선생님이 나에게 하라던 행동과 비슷하다. 노인 근력테스트 당하는 기분이다.
할아버지 내가 그림 그려볼게, 하고 보드 판에 이런저런 그림을 그린다. 알 수 없는 그림이다. 지워볼게, 하고는 안 지워 진다고 한다.
어느새 배터리를 돌려 그렇게 해 놨다. 할비를 놀려 먹는 것이다.
또 밥을 한 숟가락 먹고 밥 먹고 탁구를 하잔다. 한순간에 다른 행동을 한다. 아이들은 가만히 있지 못한다. 한 행동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행동에 들어간다.
에너지가 넘쳐서다. 어느새 리듬체조동작을 하며 내 앞에 섰다. 또 밥을 한 숟가락 먹고 다시 일어서더니 롯데타워를 보여준단다. 버턴을 누르니까 타워가 나타난다.
현관 폰을 들면 타워가 나타난다. 아파트 현관문 직선거리에 타워가 있어서다. 할아버지 물 좀 줘, 할아버지는 왜 물 안 먹어, 할아버지 졸리나 봐. 쉴 새 없이 말을 한다. 할아버지는 안 졸리는데 그랬다.
하은아, 밥 먹어라. 엄마 금방 올 거야, 먹기 싫은데, 할머니가 주는 것 보다 많은데. 남길까. 다 먹어라 대화가 이어진다. 대답만 할뿐 먼저 말을 꺼내는건 손녀다.
먹여줄까 '끄덕끄덕' 한 숟가락 주자, 할아버지 쉬하고 올께 , 그래 알았어, 밥 안 먹으면 죽어 하고 그런다.
그래 잘 먹으면 아프지 않아, 과자 많이 먹으면 안 좋아 그랬다. 그럼 귤 이런 것은~ 그건 괜찮아, 어디서 많이들은 것 같다.
귤은 계절이 있어 많이 못 먹지, 맞아, 수박은 먹는데 그래 여름엔 수박 먹지.
우리 리듬선생님 자다가 다리가 안 움직였데, 왜? 다리 찾기 하고 자서 그랬데, 수업시간에 무슨 놀이를 한 모양이다. 밥 먹고 탁구 치잔다. 할아버지 옛날에 아빠랑 좋은 호텔가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퀴즈 카페 가서 짐 라인, 다람쥐 통 탔어, 물위에서, 물이 깊었어, 별별 생각이 다 떠오르는 모양이다.
어린이집 친한 친구 이름을 줄줄 댄다. 하은이는 좋겠네, 친구가 많아서 그랬더니, 응~
주방에서 주걱 2개를 들고 오더니 한 개를 준다. 주걱을 들고 고무공을 친다. 내가 받아 친다. 공이 바로 갈리가 없다. 이쪽저쪽 뛰어 다닌다.
안되겠다. 작은 상을 놓고 상다리 사이로 공 굴리기를 한다. 그리고 엄마가 왔다. 어린이집 갈 준비를 한다. 화장실서 예쁜 머리를 해달라고 조잘 거린다. 순간도 입이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몸 컨디션이 좋은 것이다. 몸에 조금만 열이 있어도 입을 닫는 아이다.
※2
다음날
밥 먹고 뭐하지? 치카 치카 하고 공놀이 탁구놀이 하자, 그랬다. 참 약 먹어야 하는데, 콘푸라이트를 다 먹고 물약을 흔들어서 마신다. 물도 마시고 건더기가 남자 다시 뚜껑을 열고 톡톡 흔들어 먹는다. 다 컸다. 이제 5살.
약을 먹더니 칫솔질을 한다. 할아버지 뭐하고 놀까? 탁구놀이 하자며 주걱으로 몇 번 하더니, 리듬 볼을 상다리 아래로 굴린다.
서로 공을 보낸다. 잘 보낸다. 상다리에 부딪히자 금방 스케이트 놀이를 하잔다. 어떻게 하나 봤더니, 포장지 얇은 종이를 타더니 양발로 밀며 미끄러져 간다.
아이들은 손에 잡히는 것을 다 놀이기구로 이용한다. 나도 어릴 때 막대기로 칼싸움을 하고, 뒷동산에서 집단을 타고 내려오며 썰매놀이를 했다.
갑자기 차 안 갖고 왔어? 하고 문는다. 그래 하은이가 걸어 간다고 해서 안 갖고 왔지.
걷는 게 좋아? 응 좋아, 왜 좋아. 내가 물었다. 운동을 해야지, 그래야 건강하데, 한다. 그리고 깡충깡충 뛴다.
어린이 집으로 간다. 아파트를 내려 갈 때는 언제나 손을 잡고 계단으로 간다.
엄마와 할아버지 사이에서 걸으며 그네 타기를 한다. 하나 둘 셋~ 땅을 박차고 뛰어 오른다. 또 하나둘 셋~ 뛰어 오르기를 반복한다.
할아버지 잘 가! 갈림길에서 헤어진다. 멀어지며 할아버지를 부른다. 할아버지 안녕~ 거의 100미터를 멀어져가도 손녀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육교아래 많은 차들이 다니는데도 그렇다. 고음이라서 그런 것 같다.
나도 뒤를 돌아보며 하은아, 안녕, 하고 손을 흔든다. 소리가 안 들릴 때 까지 손을 흔들고, 손녀는 엄마와 함께 방이 육교를 건너 어린이집으로 간다. 정두효 / 202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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