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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나의 이야기

떠나보내기 2

by 옐로우 리버 2019. 8. 14.

   

 

둘째 딸은 바쁜 나날이다. 살아 갈 집을 정리하고 살림살이를 들이느라 그렇다.

사람들은 말한다. 딸이 결혼날짜를 잡아서 바쁘겠다고, 요사이는 시대가 바뀌어서 당사자들이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엄마의 입장은 다르다. 신경 쓸 일이 많은 것이다. 딸은 8611월생이다. 좀 이른 나이 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동갑내기 배필을 만나 결혼한다는 것은 반갑고 섭섭하기도 하다.

 

떠나갈 사람은 떠나가는 것이 순리다. 인간의 역사이고 인생의 행로다.

많은 세월을 같이 살았다.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이사람 저 사람들을 옮겨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떤 때는 고모와 할머니가, 어떤 때는 고마운 아주머니의 보살핌을 받았다. 부모의 품속에서 자라지 못했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잘 갔다 오라는 엄마의 말을 듣지 못했다. 언제나 하교에 가면 아버지가, 엄마가 없는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주변 사람들의 보살핌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아픈 마음들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경제적인 문제가 심각했던 적은 없었다. 풍족하지는 못했지만 그런대로 살아왔고 지금은 원만한 결혼을 하게 된 것이 보상이라면 보상이다.

 

오늘은 일요일, 어제부터 약간씩 비가 내렸다. 가을비는 차게 내린다. 잎들은 밤사이 멍이 들고 바람이 불면 땅으로 낙하한다. 가을이 마지막을 향해 가는 시점,

딸들이 모두 떠나게 됐다. 부모가 그랬듯이 아이들도 제 갈 길을 간다. 큰 것들을 해주지는 못했지만 바르게 성장해줘서 고맙다. 부모에게 큰 아픔을 준적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안이 텅 빌 것이다. 큰 애가 떠난 빈방은 슬펐다. 이제 작은 아이의 방을 보면 아플 것이다. 잎들이 봄에 싹이 터고 자라 가을이면 떨어지듯이, 성장한 아이들은 나무를 떠난다.

정두효/20151011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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