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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나의 이야기

벌초

by 옐로우 리버 2019. 9. 8.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모님 산소를 들렀다. 산소는 형의 벌초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형 집 뜰에 매달린 사과를 하나 따고, 형수가 준비해둔 막걸리 한 병. 북어포 그리고 종이컵을 묘소 앞에 놓고 재배를 했다.

벌써 세상을 떠난 신지 20년이 넘었다. 잠시 엎드려 부모님을 생각했다. 아무도 없는 산자락의 후미진 곳, 배롱나무 꽃이 만발해 있었다.

마음이 슬펐다. 그리움이 밀려왔다. 눈물이 났다. 다시 만나지도 볼수도 없는 인연의 끊어짐에 마음이 아팠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자식은 부모를 잊지 못하는 법이다. 어느 누가 그렇지 않겠는가,

산소 주위를 둘러봤다. 나는 형이 가져다 둔 갈퀴로 고랑에 흩어져 있는 풀잎과 나뭇가지들을 끍어 모아 묘소 밖으로 치웠다.

명절 때마다 무모님 차례를 위해 들렸지만 지금은 형 가족들에게 맡기고 고향에 오지 않는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많은 친척들이 벌초를 위해 고향에 모였다.

나는 형과 함께 5대조 할머니 산소에 갔다. 해발 300여 미터에 있는 한적한 곳이다. 5~6년 전에는 1시간여를 걸어서 올랐었다. 지금은 임도가 생겨서 30여분이면 오른다.

8부 등선에 자리 잡은 산소는 집안에서 세 사람 정도만 알고 있는 곳이다.

깊은 산속에 있는 산소를 한곳으로 모으자는 주장도 있지만 반대도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게 그대로 두자는 의견도 있다.

세월이 지나면 모든 생명들은 흙으로 돌아간다. 그렇지만 결정이 쉬지 않다.

언제까지 친척들이 모여 벌초를 할 수 있을까, 모두들 모이면 한마디씩 하는 대화다.

벌초라는 연중행사가 희미해지면 친척간의 만남도 안개처럼 사라져 갈 것 같다.

정두효/ 20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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