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한산성에 핀 복수초
봄이 오락가락, 따뜻한 햇살에 찬바람이 불어온다. 지난겨울 말라버린 잔디위에 민들레가 홀로 꽃을 피웠다. 민들레는 일찍 꽃망울을 터뜨리고 곧 홀씨를 날린다. 민들레가 시들면 산천은 온갖 꽃들과 초록의 세상으로 바뀐다. 꽃들은 어떤 이유로 피어날까, 그들은 온갖 모양과 색깔로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 꽃들의 디자인은 사람도 흉내 내지 못한다.
중국의 사상가 순자는 “초목에는 기는 있으나 지각이 없다”고 했다. 사람은 초목이 없는 지각이 있으니, 꽃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다. 꽃들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넓은 초원, 고산지대에도 피어나 외롭게 살아간다. 아무도 봐 주지 않는 곳에서도 피어나 향기를 뿜으며, 벌과 나비를 부른다. 벌과 나비들은 사람과 다른 눈과 마음으로 꽃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그들만의 시각. 촉각으로 꽃을 보고 냄새를 맡고.... 그래서 아름답고 달콤한 곳을 찾아 가는 것 같다. 5월의 아카시아 숲, 7월의 밤나무 숲에는 벌들이 떼 지어 날아든다. 그 진한 향기는 사람도 취한다. 그들도 향기에 취할까, 아니면 밝은 색을 인지하는 그들의 능력 때문일까, 벌과 나비 외에 꽃에 집착하는 동물은 없는 것 같다. 돼지. 강아지. 코끼리도 아름다운 꽃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꽃은 지각 있는 인간을 위해 피어나는 것인가, 사람만이 그 아름다움을 알아주니 말이다. 시인은 ‘ 꽃이 그의 이름을 붙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노래했다. 꽃의 의미는 존재 그 자체일 것이다. 인간이 꽃에 이름을 붙여주고 노래하며 아름답게 보는 것일 게다. 꽃이 일년 내내 온 세상을 덮고 있다면 그렇게 아름다울까,
꽃들은 하늘을 위해 피어나고 그 자태를 가꿔가는 것 같다. 하늘은 환한 햇빛과 비와 바람으로 그들을 키우고, 바람이 불면 춤추며 향기를 뿜어낸다. 그들은 밤과 낮이 반복되는 시간 속에 영글고, 씨를 만들며 후손을 이어간다. 꽃들은 지구. 우주를 위해 피고 진다. 정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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