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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에세이 스토리지

맞아, 나도 그랬었지.

by 옐로우 리버 2023. 4. 26.

집을 나오면 5호선 방이역 4번 출구와 가까운 먹자골목이다.
자주 지나가는 횟집엔 벌써 사람들이 들어찼다. 7시가 조금 지난시간, 모두 퇴근길에 들린 것 같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갈 수 없다는 그런 경우가 아닐까.
맞아, 나도 저 시절엔 퇴근길이 술집인 시절이 있었다.

또 걸으면 으슥한 길 한쪽에 서너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맞아 나도 열 받던 시절엔 6층에서 내려와 담배연기를 깊이 당기곤 했었다. 저 사람들과 같이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었지. 골목을 나와 올림픽공원 앞, 넓은 길을 따라 가면 학원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다. 많은 아이들과 마주 친다. 초등생도. 중학생도 있다.
맞아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 초등 때는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이 있었지. 학원서 쏟아져 나온 초등생을 보면 안쓰러워 진다.
아직 어린데, 방과 후 저렇게 공부를 해야 하나. 그렇지 않는 세상이 있다면 아이들이 더 행복할 것 같다. 아니다. 동물의 세계나 인간의 세계나 경쟁이 없는 세상일 있을까. 그 속에서 역사는 발전하는 거 아닐까.
코너 건물 부동산에는 몇 사람이 상담을 하는 것 같다. 어둠이 깔린 이 시간에도 집을 구하러 다니는 구나. 삶의 대부분을 보내는 집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집을 보금자리라 하지 않는가. 나도 얼마나 많은 방과 집들을 구하러 다니고 했는가. 골목길을 다니며 싼 집을 찾아 다녔지. 옛 생각이 난다.
유명한 집인지는 모르지만 순댓국집엔 수십 명이 대기 하고 있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적어도 몇 사람씩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소문난 집을 찾아 가고 나도 그랬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싸고 맛있겠지 하며 신뢰감이 부풀어 오르기 때문일 것 같다.
예상외로 특별한 집이 아닌 경우도 있다. 맛도 별거 아닌 곳도 있었다.
보이는 것 대부분이 먼 옛날 내가 보고 겪었던 일 들이다.
나에게 지나간 일들이 오늘밤도 남들에게서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생활의 반복은 어느 나라서나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간 된다.
메모하느라 8호선 2번 출구 컴컴한 건물 턱에 앉았다. 담배냄새가 났다 옆 사람이 피우고 있었다.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친근한 냄새지만 멀리한지 꽤 오래 됐다.
바로 일어나 자리를 피했다.

방산시장골목엔 이미 하루를 마감한 가게도 있다. 시원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초저녁,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더구나 내일은 주말이지 않는가. 나는 봄밤을 걷는다. 바람이 있어 기분이 좋다. 참으로 많은 시간이 흘러갔지만 시간은 반복되고 생활도 그런 것 같다.
아침이면 일어나고 낯엔 일하고 밤이면 쉬는 그런 거, 삶은 그렇게 이어져 가는 것이 아닐까. 정두효 2023/4.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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