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이런저런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다. 특히 이번 봄날엔...
봄은 따스한 햇볕과 함께 온다. 이번 겨울은 추웠던 날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계절은 겨울이었고 한두 번 추위가 있었다. 그저께는 영하 9도까지 갔었다. 오늘은 얕은 옷에서도 더위를 느꼈다. 계절의 변덕으로 봄은 이미 와 있는지도 모른다.
올 봄엔 봄바람을 느끼는 곳에 가보고 싶다. 강변도 좋고 새싹이 돋아나는 들녘도 좋다. 이번 봄엔 지금까지 가본 적이 없는 높지 않은 산들을 가보고 싶다. 낯선 산위에 올라,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싶다. 처음으로 가는 산엔 봄의 느낌도 다를 것 같다. 또 산길을 걸으며 야생화의 향기도 맡고 싶다.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도 좋을 듯하다.
살아오면서 만났었고 지금은 서먹한 사람들도 만나고 싶다. 친구도 친척들도 좋다. 강산이 바뀌는 세월 동안 얼굴을 못본 사람들이 많다. 가까운 서울에서부터 부산 대구 여러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회우하고 싶다. 시간이 더 지나면 후회와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아서다.
봄이 오면 고향산천의 이곳저곳을 걷고 싶다. 유년기. 청년기를 보내며 걸었던 정답던 골목길과 산길 그리고 들길을 가고 싶다. 봄바람을 맞으며 강변과 들판을 걸으면 한없는 추억들과 만날 것 같다.
햇빛은 봄을 데려 와 땅속에 잠든 개구리. 나무뿌리에게도 소식을 전했는지도 모른다. 비가 오고 있다. 이번 봄엔 이곳저곳에 가보고 싶다. 나의 세월은 유한하고 삶도 그래서다. 정두효 / 2020.2.12. 수요일
'하늘 바람 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백산의 겨울 (0) | 2021.02.03 |
---|---|
인생 (0) | 2020.11.18 |
한라산에 올라 (0) | 2020.01.22 |
어느날 들 (2013년) (0) | 2019.11.02 |
올림픽공원의 가을날 (0) | 2019.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