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고향강가에서
바람이 불어 온다.
멀리 산을 넘어 숲을 건너
강물은 짙은 색깔을 머금고
소리 없는 물결로 흐른다.
강물에 드리운 그늘은
예전엔 하얀 모래 밭 이었다.
나와 친구들이 고기 잡던 강
지금은 울창한 버드나무 숲
흰 모래는 흔적도 없다.
무심한 강물만 예전 모습이다.
댐이 생긴 후 모든 것은 사라졌다.
12.9.
잎이 떨어진 숲속길 가
마른 가지엔 첫 눈이 쌓였다.
밝은 햇빛은 조용히 내려와
하얀 눈에 내리고 눈은 더욱 빛난다.
바람이 불어 솔잎 위 눈이 흩날리고
발길이 끊어진 초겨울 산길은
싸인 눈위로 조용한 바람이 스치고
햇빛이 수줍게 내려 앉아 있었다.
나는 오늘도 산길을 걸으며 흩어진
낙엽과 사라진 생명들을 본다.
내 삶의 유한함을 본다.
8월
시골 버스정류장
5시20분 차
‘그자석 먹는거 집착하네
버리고 얼른 타라
먹는것에 목숨거나'
버스는 출발시동이 걸리고
포기를 모르는 초등생
차 계단앞에서
컵 라면 먹기에 바쁘다
'그만 먹고 타라‘
차는 터미널을 나서고
라면 먹는일은 포기가 없다.
한시간 후에나 차가 있는데...
9월2일
내가 죽어 땅위에 누우면
참 좋을 것 같다.
바람과 달과 별을 볼 수 있다.
내가 땅 속에 누우면
뭘 볼 수 있을까
너무나 답답할 것 같다.
나는 땅위에 살고 싶다.
모든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고 싶다,
11 월
달빛은
배가 나온 달빛이 희미하게 내리고
앙상한 가지들은 길 위에 앉았다.
소나무 짙은 잎이 잔디 위에 내리고
달빛 따라 바람에 흔들린다.
바람이 솨하고 확 불어오면
낙엽들 뒹구는 소리 스스스 스
늦은 가을이 겨울로 가고 있었다.
구름은 달이 간 길을 따라 흘러가고
달빛 길엔 별들이 사라져 간다,
가을 날
낙엽이 구르는 저녁
해가 질 때는 왜 이렇게 슬픈지 모릅니다.
낙엽이 찬바람에 스치고 어둠이 오면 슬퍼집니다.
마른 낙엽이 슬픈 소리를 내며 쓸려갑니다.
어제는 천둥비가 내렸고 잎은 더 많이 떨어졌습니다.
인생도 낙엽 아닌 가요. 이렇게 쓸쓸히 바람이 불고
어둠이 밀려오는 저녁이면
어느 누구에게 기대어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어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