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오면 온 동네는 땔감 준비에 바빴다.
썩은 나무뿌리를 캐내어 지게에 지고 집에 오면 솥에는 엄마의 김치국밥(국시기)이 기다리고 있었다.
온 종일 괭이질로 지친 후 먹는 따뜻한 국밥은 맛있었다. 뒷동산은 헐벗어 나무를 해오기 위해서는 먼 곳 산으로 가야 했다.
마을을 나서 강변을 따라 산길을 걷고, 모래밭을 걸었다. 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는 것은 힘들었다. 절벽으로 떨어질 뻔한 순간도 있었다.
산에 올라 자리를 잡으면 작은 괭이와 톱을 들고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녔다
우리는 주로 썩은 나무 뿌리를 찾았다. 괴사한 나무뿌리는 파내기가 쉽고
땔감으로도 좋았다.
어떤 뿌리는 발로 툭 차거나 그냥 당기면 뽑혀 나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괭이로 뿌리를 파냈다. 한 개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 땅과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돌아오는 강변 모래밭 길은 허기지고 지쳐 어께가 무거워 왔다.
산 밑 큰 바위가 있는 곳은 우리들이 쉬는 장소였다. 지게를 작대기로 받쳐두고 담배 연기를 품어내며 폼을 잡았다. 10대 초반 꼬마들이 아버지주머니를 뒤져 훔쳐온 담배로 어른 흉내를 내곤 했다. 연기는 강물위 하늘로 하얗게 퍼져나갔고, 우리들은 서로를 보며 어깨를 으쓱거리곤 했다. 나만의 공간에 나무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은 보람이었다.
석유는 물론이고 연탄도 없었던 시절, 밥을 짓고 방바닥을 데우는 것은 마른 나무의 화력으로만 가능했다.
추운 아침이면 마을을 지나는 신작로는 나무꾼들의 손수레와 소달구지가 줄을 이었다.
겨울이 지나면 집집마다 집채만 한 나무 더미가 쌓여졌다. 농촌의 겨울 일은 다음해 쓸 땔감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나무하며 담배피던 친구들은 전국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많은 세월이 흘렀다. 정두효/ 2009.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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