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은 힘들었다. 북쪽을 향해 달린다. 줄줄이 이어지는 행로, 모두가 앞서나가며 달린다. 젊은 이, 나이든 이, 할 것 없이 앞질러 간다. 덩달아 페달을 밟아보지만 어림없다. 모두가 추월한다. 쭉 뻗은 길을 넘어 언덕을 타고 달린다. 내 나이가 들어서 인가, 자전거 때문인가, 모두가 나를 뒤로하고 성별도 나이도 구분할 것 없이 추월해 간다. 더 가면 팔당대교가 나온다. 멈췄다. 춘천 가는 고속도로가 강을 가로 지른다. 돌아가자 달려온 길을 천천히 되돌아간다.
느리게 페달을 밟으면, 길가에 자란 풀들이 흔들림이 보인다. 마주 오는 사람들의 얼굴도 본다. 그늘 밑을 지나면 서늘한 바람이 스치고, 햇빛이 쏟아지는 길 위에선 열기가 얼굴을 덮치기도 한다. 파란 하늘. 흐르는 구름이 다가와 뒤로 멀어져간다. 귀 바퀴를 돌아나가는 바람소리도 윙윙윙~ 들린다. 강 언덕에는 뽕나무들이 열매를 맺었다. 오돌토돌한 까만 오디가 눈에 들어온다. 달콤한 맛, 씹는 느낌도 좋다. 이미 열매는 다 없어지고 나무 밑에는 스러진 풀들이 말라간다. 빨리 달리면 허벅지의 고통과 헐떡거리는 숨소리에 모든 것인 묻힌다.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갈 뿐이다. 온몸이 열기로 달아오르면 시원한 바람도 덥기만 하다. 촘촘하게 핀 풀꽃들도 달리는 속도에서는 볼 수 없다. 괜한 경쟁심으로 힘에 겨운 속도전을 하곤 했다. 남들을 지우니까 보이는 것이 많다. 빨리 달리면 빨리 도착할 수는 있다. 대신 잃는 것도 많다. 빠른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남들이 달려서 덩달아 달리곤 했다. 따라가지도 추월하지도 못할 길을 그냥 욕심을 냈다. 이제 혼자 가기로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간과 하늘 그리고 자라가며 변하는 풀과 열매들을 보며 달리기로 했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흐르는 강물 같이 순리를 따르기로 했다. 2018.6 정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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