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하루 하루

동네길을 걸어 가면

by 옐로우 리버 2024. 11. 9.

저녁을 걷는다. 요즘은 하루 세끼를 먹고 나면 주변을 걷는다. 굳이 운동이라기보다는 움직이는 것이다. 식후 산책이 위장활동으로 소화에도 좋다는 얘기도 있다.
골목길을 걷는 것은 사람들의 삶을 보고 느끼는 것이어서 좋다. 집을 나서면 아파트지단지에 있는 GS마트가 있다. 마트를 만난 것은 여기 이사 오고 부터다. 수 십 년이 흘러갔다. 집 가까운 곳에 있어 편리해서 좋다.
셀프 계산을 하기 전까지는 여러 직원이 장보기를 도왔다. 오래전부터는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계산기에 스캔하고 카드로 지불한다. 마트 중에서는 선도적으로 시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편하다. 이곳을 조금 돌아 나가면  수잔나 옷 수선점이 있다. 골목에 위치한 이곳은 내 단골집이다. 옷을 사면 모두 이곳에 맡긴다.
할머니 사장님은 젊게 보이고 친절하다. 항상 바쁜 모습인데 재미있는 것 같다. 손님이 많으니까. 가게 재봉틀위에 꽃혀진 실들의 색갈이 수 십종은 될것 같다. 아름답고 예쁜 모습이다.골목을 지나면 2차선 도로가 있고 오래된 문구점과 세륜서점이 있다.
요즘은 아이들도 줄고 문구점이 잘 안될 터 인데 운영이 되고 있다. 옛 모습과는 다르게 변신해서 깔끔하고 온갖 종류의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자동차 키 전지 또는 테이프. 볼펜 등을 사곤 하는 곳이다. 주인아저씨 아줌마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대로 이다. 동네 사람들한테는 참 편리한 곳이다.
조금 옆에는 서점이 있다. 1층과 지하1층으로 되어 있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 모습 그대로 이다. 옛날에는 책을 가끔 사기도 했다. 세상이 바뀌면서 이제는 온 라인에서 사게 됐다.
동네 서점이 거의 다 없어졌지만 이곳은 전통이 숨쉬는 곳이다. 혹시 주인이 서점건물 소유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는 곳이다.
집주변 많은 가게들이 문을 열고 닫고를 반복 한다. 문 닫는 곳을 볼 때마다 걱정이 되곤 했다. 목돈을 들인 사업일 텐데 얼마나 힘들 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거리에는 안경점이 있다. 내가 가는 집이다. 문을 연지 10여년 된 곳으로 주인이 수수하게 생겨 좋다. 믿음울 주는 것이다.건너편에는 옛날에 내가 살았던 삼익아파트가 있다. 길옆 동에 살아 내가 들락거리던 입구가 보인다. 아이들이 어릴 때 살았던 곳으로 이사 가던 날 참 좋아했다.
각자의 방이 생겨서 그랬다.
도로를 가로질러 골목에 들어서면 조용한 길이 이어진다. 카페도 있고 꽃집도 있고 식당도 있다. 어둠이 내린 저녁 조용한 골목에 불 켜진 가게들은 정겹다. 방산 칼국수 집은 가끔 가는 곳인데 김치가 맛 있고 막걸리 한잔도 좋았던 곳이다. 
오래된 집으로 손님들도 항상 있고 동네에서는 유명한 곳이다.
꽃집 카페를 돌아가면 학교가 있다. 방산 초중고가 붙어 있다. 내가 4.50대 시절 뛰던 운동장이 있다. 초. 중학교가 같이 쓰는 운동장은 컸다. 나는 사계절 주말이면 운동장을 몇 바퀴씩 뛰었다. 한 바퀴가 400미터는 되는 곳이었다. 
지금은 운동장 양끝에 각각 실내체육관이 생겼다. 아이들이 사계절 실내에서 체육활동을 하게 되어 좋다. 운동장은 많이 좁아졌다.
방산고등학교는 설립된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나는 밥을 먹고 나면 동서남북으로 난 골목을 번갈아 가며 걷는다. 먹자골목이 있는 번잡한 곳도 있고 양재대로를 끼고 돌아 가는 길도 있다. 아파트와 양재대로 사이에는 보도와 인공으로 조성된 실개천이 흐른다. 언덕에는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두 줄로 수백미터 쭉 뻗어있다. 사거리에는 방이역이 있고 내가 사는 아파트는 역 출구와 붙어 있다. 
아파트가 생기면서 조성된 나무들은 수십 미터의 높이로 끝 부분이 13층 까지 닿은 것도 있다.
나는 나무숲을 걸으며 지나가는 차의 행렬과 집으로, 전철역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사람들은 매일 매일 길을 가고 차들은 끝도 없이 이어지며 넓을 도로를 질주한다. 
삶이란 목적을 갖고 모두가 움직이는 일인 것 같다.
나는 시끄러운 길보다는 조용한 뒷골목을 걷는 것이 좋다. 조그만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삶이 느껴져서다. 상쾌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밤길을 걷는 것은 재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살아왔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어제는 하늘이 맑아서 달이 환한 빛을 발했다. 도시에 뜬 달은 정겹다. 아무말 없이 자기 갈길을 가니까.
정두효 / 2024.11.10

'하루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이 물러날 시간  (0) 2024.02.23
해외 골프는  (0) 2023.07.16
권불십년  (0) 2022.12.06
스러져간 가슴 가슴들  (0) 2022.11.03
올림픽공원의 가을  (0) 2022.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