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첫 눈이 내리는 길을 걷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것도 마땅찮은 휴일 오후, 몽촌토성의 마른 잔디위로 흰 눈이 펑펑 내린다.
코로나 감염자가 1천 명을 넘어섰다. 이제 사람들이 모이는 모든 곳이 ‘셧 다운’에 들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잘 통제되던 바이러스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사방으로 확산의 폭을 높이고 있다. 착시였을까. 마스크를 잘 썼던 국민들의 협조였을까. 효과는 있었다고 안심이 되었었다.
다른 나라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은 그에 비하면 우수한 통제력을 보여 왔다고 자찬해 왔다.
그래서 정부도 국민도 안이하고 느슨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이 모이는 시설들은 그런대로 운영되어 왔다. 식당도 술집도 붙어 앉은 상태로 영업을 해왔다. 한 식탁에 두 명씩 대각선으로 앉는 일은 거의 없었다.
강한 통제는 국가적으로나 개인으로도 큰 타격이 온다.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경제는 어려워지게 되어 있다. 이런 저런 상황을 감안해 조이고 푸는 것을 반복했다. 사람들은 조일 때 확실하게 해야 된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물론 자영업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견해였겠지만…
이제 막다른 골목에 이르고 있는 것 같다.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바이러스로 비상이 걸렸다. 작은 것을 건지려다가 큰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주저주저 했던 결정들이 한꺼번에 큰 대가로 돌아오게 될 것 같다. 사람들의 근심이 깊어간다. 눈 오는 날 사람들은 조용히 눈길을 걷고 있었다. 정두효 202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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