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 들어서자 거센 바람에 흰 파도가 겹쳐지며 밀려왔다. 갈매기들은 바다로 나가는 마음을 접은 것 같았다. 바다는 언제나 한 없이 넓고 답답한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동해행 완행열차는 7시5분에 청량리를 출발했다. 9분이 지나자 붉은 해가 동쪽 창가에 떠올랐다. 사람들은 참 바쁘다. 14분 만에 도착한 덕소에서는 한 여성이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쉬지 않고 핸드폰을 두들겼다. 또 다시 앉은 여고생은 누군가와 전화를 계속하며 부산했다. 해는 이미 눈부시게 고도를 높였다. 7시54분에 도착한 석불역 역사는 삼각형의 빨간 지붕, 파란색 벽으로 동화속의 작은집 같았다. 원주역을 지나며 나타난 반곡역 주변엔 아파트가 많았다. 대한민국은 역시 아파트공화국이었다. 아파트는 좁은 국토, 추운 겨울을 극복하기 위한 최상의 선택이었을 것 같다.
많은 역을 거치며 텅 빈 좌석이 늘어갔다. 열차가 산중턱을 달리며 속도를 높였다. 언덕을 돌아서면 계곡을 잇는 높은 다리들이 나타나고 사라져 갔다. 오랜만에 열차는 21분여를 쉬지 않고 달렸다. 건설자재를 생산하는 듯 한 큰 공장굴뚝에는 하얀 연기가 솟아올랐다. 벽에는 ‘자연사랑’ 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10시 54분 사북역에 도착했다. 앞자리 중년부부는 좋은 시절 이곳에는 강아지도 1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고 했다. 많이 들어봤던 얘기였다.
철도가 가는 곳엔 도로가 나란히 달리고 도로위에는 전봇대가 전선을 늘어뜨리며 햇빛에 반짝였다. 고한역을 지나자 열차는 내리막길을 달렸다.
동해역에 내렸다. ‘천곡천연동굴’은 공사로 폐쇄되어 있었다. 어디로 갈까. 운 좋게 버스를 탔다.
동해시와 태백시 경계에 있는 촛대바위는 여러 형상의 바위들을 거느리고 왕처럼 솟아 있었다. 주변의 기암괴석과 낮게 깔린 바위들은 촛대바위를 위한 장식품 같았다. 해변을 지나 언덕에 올랐다. 동해시와 태백시의 경계 표지판이 나타났다. 해변산책로는 멋졌다. 모래해변, 언덕위의 소나무. 절벽 아래 부서지는 파도는 세월을 묵혀온 아름다움이었다.
동해는 해안선이 가파르고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지는 한 없는 바다였다. 끝임없이 밀려드는 파도는 그들 끼리 서로를 밀어주고 당겨주며 시간의 역사를 써가고 있었다. 정두효/ 20 19.3.12
◇ 완행열차가 서는 작은 역들이 소박하고 정겹다.
◇계곡은 가뭄을 극복하고 언제나맑은 물을 내보내고 있었다.
◇ 사람들은 계곡사이에 마을을 이루고 농토를 개간하며 살아간다.
◇ 열차는 마을을 지나고 계곡을 지나 동해로 달린다.
◇ 도계역에도 몇사람이 내리고 열차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 계곡은 깊고 물은 맑게 흘러갔다.
◇ 바다 언덕에 살아가는 소나무가 안스럽다.
◇ 암사자는 거친 발톱으로 무게중심을 버티며 멋진 스윙폼을 자랑한다.
◇ 기암괴석은 추암 촛대바위와 함께 이곳의 명성을 높인다.
◇ 파도가 높은 날 낚시꾼이 위태롭다.
◇ 거센바람에 갈매기들은 비행을 멈췄다.
◇ 밀려드는 파도가 무섭다.
◇ 바위들이 줄줄이 늘어서서 파도와 맞선다.
◇ 촛대바위가 촛대를 닮았는지...?
◇ 바위는 서로마주 보며 수 억년을 버텨왔을 것 같다.
◇ 촛대의 뿌리는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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