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도 양파도 무섭게 싹을 틔운다. 한 낮 기온이 영상 15~19도를 오르내린다. 며칠 전 마트에서 사다놓은 감자가 싹이 텃다. 단단하던 둥근 모양이 주글주글 하다. 냉장실의 밀폐된 공간에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한 알의 감자는 8~10곳에서 싹을 틔운다. 유전자를 퍼뜨리는 방식의 차이다. 모두가 자기 몸을 먹고 자란다.
세상 만물이 봄을 맞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에 바쁘다. 식물들의 유전자는 계절을 놓치지 않는다. 자신이 자랐던 땅에서 떠난 지 몇 개월이 지났고, 뿌리도 줄기도 없지만 계절을 느끼고 살아난다. 시베리아 겨울 밀은 추위를 겪지 않으면 싹을 틔우지 않는다고 한다. 겨울이 따듯하면 봄이 와도 싹을 틔우지 않는 것이다. 그들의 유전자 정보는 혹한 후에 싹트게 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밀 씨를 냉장보관한 후 싹을 틔우는 방법을 고안했다. 밀은 냉장고 안에서 겨울을 경험하는 것이다. 식물의 유전자가 똑똑하긴 하지만 사람보다는 덜 똑똑 이다. 냉장고 온도를 겨울추위로 아니까, 워싱턴 체리나무는 겨울이 지난 4월에 꽃을 피운다고 한다. 그들은 따뜻한 5월 햇볕에 열매가 익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4월과 같은 날씨가 계속되어도 9월엔 꽃을 피우지 않는다. 10월부터 춥고 열매가 익어갈 여유가 없음을 알아 서다. 모든 살아있는 생물들은 유전의 정보로 삶을 이어간다.
식물의 열매와, 씨앗이 겨울엔 헐벗고 숨을 죽이고 있다. 하지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시기가 오면 그들은 살아나 활동을 시작한다. 동물들의 새끼가 태어나자마자 어미의 젓을 찾듯이 살아가는 것들은 진화에 따른 정보 축적으로 생존의 방법을 갖고 태어난다. 진달래도 산수유도 꽃을 피웠다. 세상이 온통 초록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는 봄이다. 이 서늘한 밤에도 땅속의 뿌리들은 생명활동에 바쁘다. 눈부신 태양아래서 꽃과 잎을 활짝 피우기 위해서……., 정두효/ 2019.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