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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에세이 스토리지

오월의 하루

by 옐로우 리버 2019. 5. 13.

날씨가 여름이다. 주말에 집안 모임참석을 위해 1240분 고향 가는 버스를 탔다. 옆자리 아주머니는 오전 9시부터 터미널에 나와 기다리며 예약 취소된 자리를 겨우 잡았다고 했다. 3시간 40분을 터미널에서 보낸 것이다. 3시간을 달려 성주에서 승객 3분의1이 내렸다. 다시 40여분을 달려 고령터미널에서 3분의1이 내리고 나머지승객은 종점행이다.

아침부터 버스를 타기위해 고생한 아주머니는 종점이 가까워오자 친구의 요청으로 오랜만에 고향에 왔다고 했다. 그녀가 만나는 친구는 암이 늦게 발견되어 수술도 못하고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그 아픈 친구는 결혼 몇 년 만에 남편을 여의고 아들을 키워 결혼을 시켰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자식이 없다고도 했다. 고속버스 내 우측자리에 앉은 조경회사를 운영하는 여사장님은 석가탄신일을 맞아 고향 절에 간다고 했다. 해마다 찾는 절길엔 언니뻘 되는 두 분과 동행하고 있었다. 그녀들이 내리는 터미널에는 스님이 마중 나와 있었다. 절에 가는 그녀는 버스에서 과자와 옥수수를 주며 먹으라고 했다독실한 불교신자여서 인지는 모르지만 고마운 분이었다. 최종목적지에 도착하자 옆자리에 탔던 아주머니도 친구와 만나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60대 중반쯤 보이는 그녀들의 마음은 어떨까, 병이 완치될 수도 있겠지만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도 목적지에 도착하여 터미널에서 지선버스를 기다렸다. 터미널에는 어떤 할머니가 8,7살 두 손녀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을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귀엽다면서 지갑을 꺼내더니 1천 원씩을 주며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라고 하시며 갔다. 할머니는 모르는 분이라고 했다. 세상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또 사람마다 온갖 사연들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간다. 한참을 기다려 고향마을행 버스를 탔다. 버스는 승객 4명을 태우고 시골길을 달렸다. 고향집에는 집안 매형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형과 나는 장례예식장으로 갔다. 5월의 창가엔 아카시아 꽃이 하얗게 피어있었다. 정두효/ 2019.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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