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기 싸움을 멍추지 않는다. 오늘은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파란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다. 미세먼지가 하늘은 덮었던 날들이 언제였나 싶었다. 아직 피지 못한 목련 꽃 잎들이 찬바람에 떨어져 내렸다. 겨울이 봄을 막고 있는 것 같다. 이번 겨울은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많은 눈이 내린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봄은 느리게 오고 있다.
겨울은 봄에 대한 시샘이 심하다고 했다. 추위를 뺏기지 않으려는 겨울의 신이 봄을 밀어내는 것이다.
계절의 싸움에 힘들어하는 것은 사람뿐만 아니다. 갑작스런 따뜻한 날씨에 고개를 내밀었던 풀잎은 찬바람에 몸살을 한다. 훈풍만 믿고 일찍 나온 개구리 알들은 갑작스런 변화에 고통을 겪는다. 계절 간 경계선의 붕괴는 사람이 만들어낸 결과물 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많은 것들을 만들어내고 활용하며 살아가고. 이 모든 편리함 들이 자연계의 질서를 무너뜨린 것 같다. 계절의 흐름이 어긋나고 생명들은 혼란에 빠진다. 3월이 하순으로 가고 있다. 내일 아침기온은 영하 1도가 된다고 한다. 지금 오후 여섯시, 잎도 없는 나무 가지들이 심하게 흔들린다. 공원길엔 지난가을 마른 잎 들이 날아다닌다. 맑은 하늘에 흰 구름이 높고, 먼지도 없는 바람 속에 나무 가지들 사이로 보이는 파란하늘이 정겹다. 찬바람을 헤치고 내리는 햇살은 봄을 예감케 한다. 계절의 기 싸움에 아랑곳 않고 생명들은 봄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다.
나뭇가지들은 이미 연노란 싹을 틔웠다. 들판엔 쑥과 냉이가 돋아났다. 봄나물 캐는 아낙들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겨울은 멀어져 가공있다. 바람이 세차다. 며칠만 지나면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그리고 온갖 꽃이 피어 나고 봄은 절정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정두효/ 2019.3.22. 금
' 에세이 스토리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활의 계절 (0) | 2019.04.17 |
---|---|
목련꽃 지는 밤 (0) | 2019.04.08 |
'내 이름은 아버님' (0) | 2019.03.10 |
늑대가 울던 밤 (0) | 2019.02.15 |
귀성(歸省)의 추억 (0) | 2019.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