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깜깜한 겨울 밤, 아이울음 소리 같은 동물의 무서운 소리가 산에서 들려왔다. 소름 돋는 소리는 먼 곳에서 가까이서 반복되었다. 어른들이 긴장하며 늑대가 우는 소리라고 했다. 방안과 밖은 문살을 바른 종이 밖에 없는 집이었다. 나는 무서워 이불속으로 속으로 들어갔다. 50년 대 그 날은 큰 어머니와 사촌 누님이 멀리서 오신 날이었다. 여러 사람이 누워 얘기를 나누던 밤이었다.
어릴 적 살았던 집은 앞으로 강물이 흐르고 집 뒤엔 낮은 산이 있었다. 산 중간엔 마을로 들어가는 좁은 길이 있었고 비포장 지방도로 건너엔 조금 높은 산, 산 너머 늪과 산이 이어지는 깡촌이었다.
전기도 없던 시골엔 달빛. 별빛이 없으면 밤은 온통 암흑 천지였다. 밤 마실을 갈 때는 희미한 등불을 들고 다녔다. 사각형 모형에 문종이가 발려있고 속에든 호롱불이 길을 밝혔다.
겨울이면 밤은 일찍 찾아오고 집이 마을에서 떨어져 있어 적막하기만 했다. 강변길은 키 큰 포플러 나무가 줄지어 도로까지 이어지고, 여름 날 그늘에 누우면 간혹 트럭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일제강점기 지소였던 집은 방한 칸에 부모님, 형 네 식구가 살았다. 나는 밤이면 실겅 밑에서 잠자는 것을 좋아했다. 실겅 위에는 이불, 옷 등 살림살이가 얹혀 있곤 했다. 여름이면 우리는 강변 모래밭에서 잠을 잤다. 마을 사람들도 강변 잠을 좋아했다. 모기가 덜 하고 시원해서 여름 밤 피서로 제격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홀로 잠자는 것을 피했다. 어느 여름 날 가까운 곳에 있는 친척집 돼지우리에서 새끼돼지 몇 마리가 사라졌다. 밤새 늑대가 물고 갔다고 했다. 늑대의 흔적이 발견되고 새끼들이 흘린 피도 있었다고 했다. 늑대는 영리해서 돼지우리에 들어가 새끼를 밖으로 던진 후 물고 간다고 했다.
지난해 도심에 있는 우리아파트에 멧돼지가 들어와서 소동을 벌이다가 사살됐다. 50,60 년대는 멧돼지라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최고의 포식자는 늑대였다. 겨울밤이면 가끔 늑대가 울던 추운 밤이 생각나곤 한다. 정두효/ 2007.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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