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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에세이 스토리지

단 한번만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by 옐로우 리버 2025. 9. 23.

사람들은 그리움을 안고 살아간다. 스쳐가는 바람에, 때로는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그리움에 눈시울을 붉힌다.
어느 날 열차가 탈선해서 수십 명이 사망한다. 책속의 여자 주인공은 결혼식 날짜를 받아놨던 애인을 잃게 된다.
갑작스런 사고의 충격으로 체중이 10키로가 빠지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낸다.그러던 중 우연히 유령열차를 알게 된다. 그 열차에는 얼마 전 탈선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이 타고 있다는 것이다.
밤이면 열차가 출발했던 그 역에서 열차가 운행된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런 사고로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열차를 타게 되면 생이별을 한 애인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녀는 여자 유령의 안내를 받아 유령열차를 타게 되고 죽은 애인을 만난다. 그리고 못 다한 얘기를 나누며 애틋한 시간을 보낸다. 그녀가 열차에서 내린 후 기차는 다시 달리며 멀리 사라진다.
남편 될 사람을 만나 한을 푼 그녀는 애인이 남기고간 뱃속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기로 한다. 그녀뿐만 아니라 소문을 들은 여러 사람들이 유령열차를 타게 되고 가족을 잃은 슬픔에 위안을 받게 된다.
사람들 모두는 많은 그리움이 있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헤어짐의 아픔도 갖고 있다. 세상을 떠난 부모님, 형제자매, 헤어졌던 연인. 친구가 문득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기 마련이다.
또 어떤 그리움이 밀려 올 때면 눈시울이 젖기도 한다. 나 자신도 때때로 그리움에 젖는다. 어느 날 문득 돌아가신 부모님이 떠오르고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어떤 비 내리는 날 저녁, 또는 눈 내리는 겨울날 부모님이 잠들어 계시는 곳이 떠오르고 마음이 슬퍼진다.
자식들을 위해 혼신을 다하시던 모습들, 자식들로 인해 아픔마음을 견디며 사시던 모습들. 어스름 새벽이면 마당에서 하루를 시작하시던 아버지의 모습들,어머니가 부엌문을 여시면 문이 삐거덕 거리던 소리들, 추운 겨울날 얼음이 떠내려가는 강가에서 맨손으로 빨래하시던 모습들, 무쇠 솥에 나무를 지펴 가며 음식을 만들던 어머니의 모습들, 방학이 되어 자식들이 집으로 돌아오면 즐거워하시던 모습들.그리고 병마에 시달리며 괴로워하시던 모습들은 잊을 수가 없고 아픔으로 남아 있다.
가끔 술 빵의 구수한 냄새가 공간을 채우고, 안방 구들 목에 농주가 익어가던 부모님과 같이 했던 시절도 그리워진다.
일제로부터 해방되어 만주와 일본에서 돌아와 연을 맺고, 고난의 세월을 보냈던 부모님과의 추억은 잊을 수가 없다.그 무더운 날 세상을 떠나시고 장례를 준비하며 갈피를 잡지 못했었다.
또 몇 년이 지나고 같은 계절에 어머님도 돌아 가셨다. 모든 과정이 비디오로 만들어 졌었지만 한 번도 돌려보지를 못했다. 그 장면들을 보는 것은 아픔일 것 같은 이기심이다.
이제는 비디오를 볼 수 있는 플레이어가 없다. 어디에서 구할 수는 있겠지만,그리움이 밀려올 때면 단 하루라도 부모님과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부모님 뒤에 남겨진 형제들도 그리워진다.
멀리 타국에서 살아가고 있어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주인공 여자는 유령열차에서 애인을 만날 때까지 매일 꿈속에서 만난다.
어떤 사람은 아버지를 남편을 잃기도 했다.
남겨진 모두는 갑작스런 사고를 제대로 된 이별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다.소설 속에서 죽은 남자는 이승의 애인에게 자신이 바라는 것은, 네가 언제나 웃으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며 마지막 인사를 한다.
무라세 다케시의 소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의 한을 유령열차를 통해 해소해 준다.인간심리를 대변해주는 소설이지만 현실에서도 유령열차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나도 그 열차를 타고 싶다. 부모님을 만나서 이승에서 못 다한 얘기들을 하고 싶다.
많이 그리웠다고 말하고 싶다. 고마왔다는 말을 하고 싶다. 마지막 인사도 하고 싶다.
많은 세월이 흘러갔지만 나도 가끔 꿈속에서 부모님을 만난다. 정두효 / 2025.9

◇ 고향 황강가에 서면 부모님과 삶을 같이 했던 시간들이 너무나 그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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