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서늘한 바람이, 선풍기를 켜지 않아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덮은 가로수 길을 달리면, 가을 냄새가 난다. 나뭇가지 사이로 스치는 햇볕도 가을을 느끼게 한다.
세월을 살아오면서 바람 냄새에도 가을이 오고 있음은 알게 된다. 가을의 바람은 여름 바람과 많이 다르다. 가을바람은 상쾌하다. 가을은 들판에서, 산에서도, 하늘에서도 바람에 묻어 온다.
하얀 구름이 높고 사이사이 파란하늘이 높게 보이면 가을이다.
가을 구름은 유난히 하얗고, 푸른색을 띈 하늘과 잘 어울린다. 더운 여름엔 텃밭에 있는 식물들이 맥을 못 춘다. 사람들도 지쳐서 생기를 잃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바람 냄새가 달라지고 하늘이 높아 지면 모두가 생기를 되찾고 활력이 넘친다.
인간도 더위에 얼마나 약한 존재들인가. 계절의 변화가 거의 없는 지역도 있지만.
기술의 발달은 인간에게 냉방시설을 제공했고, 선풍기를 줬다. 웬만하면 선풍기로 더위를 견뎌 내고 그래도 못 견디면 에어컨을 켠다.
어느 정도 발전된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옛날에는 이런 시설이 없었다. 숨 막히는 더위에도 부채로 견뎠다.밤이면 강물에 목욕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가까이 강이 없는 곳에서는 등물로 열을 식혔다.
더위를 참을 수 없는 것은 동반된 습도 때문이다.
거실 바닥에 발이 달라붙는 느낌은 불쾌하다. 찬 공기로 바닥 습기를 제거할 수 있지만 전기료가 들어간다.
가을이 시작되면 척척 달라붙는 습기도 없어지고 공기는 상쾌함 그 것이다.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조금은 이르긴 하지만 텃밭에 가을 채소를 심었다. 가을의 상쾌한 빛은 곡식을 여물 게 하고, 벼를 고개 숙이게 한다.
이 모든 것은 여름이 이루어 놓은 바탕에 가을이 멍석을 까는 일이다.
여름이 없으면 과일이, 벼가 알차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힘들지만 여름 햇빛이 온갖 식물을 성장 시켰다. 가을의 결실은 여름이 만들어준 것이고, 사람의 노력이 이뤄낸 결과이다. 더운 여름이 있어야 가을이 제빛을 발한다.
봄의 장미 꽃밭에는 또다시 꽃이 만발할 것이다. 가을은 봄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도시를 벗어나면 들판은 노란 벼들이 하늘에 닿아 있을 것 같다. 오솔길 과수원엔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가을을 노래하고 있을 것이다.
서늘한 바람이 스쳐간다. 거실 앞뒤창문을 열면 가을바람이 들어온다. 피부를 스치는 바람은 산뜻한 저녁을 예고한다. 밤이면 얇은 이불이 포근하다. 며칠 만에 일어난 일이다. 그렇게 울어대던 매미소리도 잠잠해져 간다.
창밖에 비 소리가 들린다. 밤이 지나면 비도 그치고, 공기에는 가을 냄새가 더 묻어 날 것이다.
여름이 멀어지고 가을이 오고 있다. 정두효 / 2025.9.11
하늘 바람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