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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천지에 꽃씨를 뿌리고 떠난다
하늘 바람 숲

사람과 나무들

by 옐로우 리버 2023. 12. 22.

나무들은 고통을 느낄까. 인간은 동물은 아프다.
나무들은 느끼는지, 한자리에 서서 일생을 보내며 껍질이 벗겨지고 가지가 찢겨나가고 잎을 떨어뜨리는 아픔을, 인간은 주변이 아프면 자신도 아프다.
병원복도 밖 언덕에 나무들이 옷을 벗은 채 묵묵히 서 있다. 잎이 없는 맨 몸으로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며 까치집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다.
무겁지 않을까. 춥지 않을까. 겨울비를 맞고 서 있는 나무들, 사람이라면 육체적 징신적으로 고통이 클 것이다. 식물은 고통이라는 것을 못 느낄까. 인간의 피부세포가 퇴화 되어 떨어져 나가는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식물은 더 선택받은 생명이 아닐까. 한자리에서서 영양분을 빨아들이고 햇빛을 받으며 에너지를 생성하니까. 인간이 동물이 끝없이 움직이며 먹고 배설하는 삶보다는 더 나은 건 아닐까.
일반 병동과 암 병동을 잇는 복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창밖 언덕나무에 투영되어 움직인다. 어느 도심. 네거리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끝없이 오간다. 침대에 실려 가는 환자, 검사를 받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링거를 꼽고 가는 사람, 부모를 부축하고 가는 자식들, 의사와 간호사 등 온갖 사람이 내 뒤로 지나간다. 창에 보이는 사람들의 절반은 아픈 사람들이다. 어떻게 보면 모두가 슬픈 삶의 모습들인 것 같다. 본인이 아프지 않다고 해도 모두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다. 나무들은 아무런 표시도 흔적도 없이 아파하고 사라져 간다. 사람은 온갖 힘든 흔적이 나타난다. 병원 진료실마다 가득한 사람들, 수많은 병실의 입원환자들. 나무들은 고통도 없이 숨을 거두고 그 자리에서 숲이 된다.
인간보다 동물보다 나무들은 훨씬 더 고고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내 어머니를 모셨던 병원에 내가 앉아 있다. 나도 그때는 아프지 않았지만 마음이 아팠었다. 무심히 서 있는 듯 한 숲으로 어둠이 내리고 있다. 곧 눈도 내리겠지. 정두효 / 202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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