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갑자기 적막이 흐른다.
손녀 손자가 깔깔대던 웃음소리.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를 부르던 소리가 사라졌다.
딸의 식구들이 쓰던 두 개의 방도 텅 비었다.
그동안 갖고 온 용품과 현지에서 구하기 힘든 상품들을 구매해서 이방 저 방에 쌓아놓고 있었다. 이제는 모두가 치워지고 빈방이다.
허전함이 밀려든다.
지금은 큰딸 식구들이 탄 비행기가 1시간30분을 날아 멀리 갔을 것이다. 4시간 반을 더 가야 목적지에 내리게 된다. 누구나 비행기를 탄 경험이 있지만 그것은 피곤한 일이다.
벽시간이니까 모두가 잠이 들었을 지도 모른다.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비행기는 허공을 날고 사람들은 이미 지쳤을 것 같다.
할머니가 아무리 신경을 써도 자신들의 집만큼이야 됐을까. 한 가족이 모두 외국에 살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이민도 아니고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집도 그렇고.
한국보다 자연환경이 좋지도 않고 생활비도 많이 든다.
그기에 다가 사시사철 여름이다. 그래도 그런 곳에서 일하는 것이 애국하는 길은 아닐까 한다.
글로벌 시대, 어디 가서나 못살랴. 한국에도 얼마나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와 살고 있지 않은가.
모두가 자신을 위하는 길이고 가족을 위하는 것이고 나라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다.
손주들이 방학을 맞으면 한국에 온다. 이번 여름엔 20여일을 머물다가 갔다.
그들이 오면 집안은 사람 사는 것 같은 훈기가 돌았다. 언제나 손주들의 재잘거림이 있고 거의 많은 시간을 사촌들과 놀았다. 4명이 집안에서 뛰어 노는 소리는 외부에서도 들렸을 것 같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으니까. 우리 부부는 그런 분잡스런 분위기를 즐겼다. 사람이 사는 집 같으니까 그런 것이다.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이제 각자의 생활로 돌아갔다. 어린이 집도 가야하고 학교에도 가고 일터에 가던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것이다. 어린 손자는 입국때 공황출구를 뛰어나오며 할머니하며 큰 소리로 부르곤 했다. 나는 번쩍 들어 올리며 안아주곤 했다.
이번 입국 때도 그랬으니까. 여름이 가고 있다. 우리부부는 다시 만나는 날을 기다리며 이번 가을을 보낼 것 같다. 겨울이 오면 나는 공황으로 마중을 갈 것이고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집안은 다시 훈기로 가득찰 것이다. 가족은 그리움이다. 정두효 / 2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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