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어둑한 길을 걷는다. 아직 여명이 트이기 전이다. 밤의 분잡하던 마을길은 조용하고 골목을 채웠던 차들도 집으로 갔다.
길을 돌아가면 식당들과 가게들도 어둠에 싸여있다.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사람들과 차들이 길을 메우게 된다.
그때 까지는 잔잔하고 조용한 시간이다.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파출소엔 불이 켜져 있다. 경찰들은 밤을 새우며 교대로 근무를 한다. 업무얘기를 하는지 도란도란 말소리가 흘러나온다.
날이 갈수록 밤의 시간이 늘어간다. 한여름엔 다섯 시가 되기 전에 밖이 훤했다. 하루가 다르게 밤이 길어져 가고 있다.
어둠의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겨울로 가는 징조다.
공원에 들어서면 간간히 켜진 가로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어둠사이로 희긋희긋 사람들이 보인다.사람은 살아가면서 스스로 습관을 만든다.
습관이 일상화 되면 생활이 된다.
새벽길은 조용하고 사람들과 마주칠 일도 없다.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공원을 걸으면 귀전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있다. 밤을 새워 울었는지 풀벌레 소리도 요란하다.
일주일전 쯤 비가오더니 갑자기 가을로 가는 것 같은 날씨다. 언덕에 올라서면 동쪽이 붉어져 온다. 멀리 지평선 위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붉은 색은 점점 밝은 색으로 바뀌고 건물들이 나타난다.
멀리 남한산성의 등고선이 검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토성 위를 걷는다. 서쪽으로 올라서면 강바람이 불어온다.
조금은 차고 상쾌한 바람이다. 길을 걸으면 바람 길과 만나게 된다. 바람이 지나가는 곳은 서늘하기 까지하다.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정두효 / 2022.9.7
하늘 바람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