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바람 숲

산성길엔 가을 바람이...

옐로우 리버 2018. 8. 28. 18:04

투두둑 타닥타닥~~ 숲길에는 도토리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초유의 무더운 여름을 이겨낸 참나무들이 열매를 뿌리고 있다. 아직 덜 여문 도토리도 짝을 이뤄 길 위에 떨어진다. 작은 언덕에 오를 때마다 바람이 솨악 불어 나뭇가지를 흔든다. 바람은 이미 찬기를 품고 있었다. 가을이 오나보다. 아무리 여름이 매섭게 더위도 계절은 순환의 법칙을 멈추지 않는다. 중부 이북은 태풍의 영향이 거의 없었고 더운 열기는 멀어져 갔다.

여름동안 산을 오르지 못했다. 찌는 듯한 열기, 끈적이는 습도는 산행의 의욕을 꺾어버렸다. 늦게 나선 산행이지만 이곳저곳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시원해지고 바람도 불어오니까 집안에 머물 기는 아까운 휴일이었을 것 같다. 언덕을 몇 개 오르고 걸으며 정상은 가까이 다가왔다. 남한산성의 길엔 키 큰 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어느 산이든 나무는 많지만 숲이 이렇게 밀집한 곳은 드물다. 곳곳에 절이 흩어져 있고 성벽은 수백 년의 역사를 품고 있다. 어쩌면 천 년도 넘었다. 그 많은 돌들은 어디서 옮겨 왔을까. 앙코르와트.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페루의 마추픽추 등 세상에는 불가사의한 유적이 많다. 정상 이곳저곳에는 삼삼오오 모여앉아 김밥과 막걸리를 마시며 즐겁다. 산에 오른 후 막걸리 한 잔 만큼 시원한 기쁨은 없을 것 같다. 이제 오래지않아 도토리들이 쏟아져 내릴 것이다. 그 때가 되면 가을은 깊어가고 잎들은 다시 낙엽으로 변해 갈 것이다. 오락가락하던 구름이 비를 뿌린다. 맨몸에 우산도 준비하지 않았지만 빗물은 시원하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며 지나간다. 정두효 2018.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