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나라 길을 걷다
예약을 하고 몇 달을 기다리던 날이 왔다. 모두가 들뜬 모습으로 공항에서 만났다. 여행은 언제나 가슴설레는 기다림이 있고 처음가는 곳에 대한 기대로 넘친다.
할배. 할매 동창 17명이 오사카 . 교토로 여행을 갔다. 이틀 동안 비가 내렸다. 그것도 중요한 여행지마다, 비가 오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비도 추억이다. 힘든 여행은 오래 남는 법,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머문 호텔의 방은 작고 아담했다. 화장실도 작았다. 그 좁은 공간에 목욕탕과 세면대. 변기를 어떻게 놓았는지, 변기에 앉으면 머리가 앞 벽에 닿고, 일본은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지혜가 뛰어나 보였다.
여행은 그 곳의 문화를 보고 느끼는 것일 게다. 우리는 낯선 옛 성 길을 걸었다. 키요미즈자카. 도톤보리. 기온거리도 걸었다. 청수사 . 대동사에도 갔었다. 여러 곳의 신사들도 봤다. 도시의 집들은 아담하고 깔끔했다. 거리는 사람들로 넘쳤다. 강한 비속에 바지가 다 젖어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이 깔깔대며 다녔다. 입담 좋은 친구들이 하는 농담과 진담사이를 귀 기울이며 걷는 것도 좋았다. 가는 곳마다 인증 샷을 터뜨렸다. 여행하며 나누는 대화는 진실하다. 평소에 부족했던 얘기들을 이사람 저 사람과 얘기하고, 큰 웃음 속에 가슴이 활짝 열리는 경험도 좋았다. 색다른 음식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밤이면 모여앉아 술 한 잔에 얘기들로 방이 떠나갔다. 좌우 모두가 우리들의 방이어서 다행이었다. 가는 곳마다 중국. 동남아. 유럽 사람들로 넘쳤다. 함께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어도 서로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고, 눈길이 마주쳤고, 어께를 스쳐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동행한 독일교포부부는 광부와 간호사로 헌신한 우리의 현대사였다.
여행은 자연과 역사 속을 걷으며 얘기를 나누고, 이방인들을 만나가는 일인 것 같다. 오사카. 교토. 나라에는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져 있었다. 관광객을 모으기 위한 세트화 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뜨끈뜨끈한 붉은 온천은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여행은 언제나 짧고 아쉽다. 우리는 나흘을 같이하고 공항에서 손을 흔들며 일상으로 돌아갔다. 정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