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푸른 날에
이 푸른 날에 한 곳에서 젊은 아이들 155명이 세상 떠났다. 세월호 때도 그랬다. 푸르고 푸른 수많은 고등학생들이 고통 속에서 갔었다.
이 나라는 어떤 나라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사고로 죽어가는 것은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계속 일어나고 있다. 탄광에는 사람이 갇혀 구조를 못하고 있다. 살만한 나라에서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를 일이다.
젊음이 아니었으면 이태원에 갈 일이 없었을 것이다. 젊음은 그렇게 활기차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나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축제를 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든 있는 일이다. 그것도 젊음의 축제는 더 그렇다.
한국은 각종 안전사고로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사상되고 있다. 며칠에 한 번씩은 어디 어디에서 사고로 사람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사고가 없을 수는 없는 일이다. 세상 모든 곳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실수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의 안전사고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편이다.
우리의 특이한 민족적 정서도 있을 것이고, 빨리빨리 라는 우리의 문화도 문제가 될 것이다.
자동차 사고는 또 얼마나 많은가. 연간 사상자가 1만 명은 될 것이다. 얼마나 큰 사회적 손실인가. 이 같은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법률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정책의 개선이 절실한 일이다. 그렇지만 어떤 통제수단이 정답일 수는 없다.
결국엔 각자가 알아서 상황을 파악하고 현실에 맞게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가야 하는 일이다. 이태원현장에서 안타까운 것은 출동한 소방차의 통행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비상들을 켜고 길을 비켜달라는 방송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현상파악이 안된 것이다. 현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옆에서는 춤추고 노래 부르고 있었다고 한다. 상황파악이 안됐겠지만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니... 앞으로도 유사한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날 것이다. 아무리 제도를 개선해도 한계는 있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각자의 안전의식을 키워가는 것이다. 어린 학생 때부터 안전 교육을 철저하게 시켜 가야 한다.
유치원부터 청소년이 될 때까지 지속적인 교육만이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가을은 오색의 물결로 덮여가고 있다.
이 좋은 계절에 젊고 젊은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창밖엔 갈바람에 잎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 정두효 / 202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