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의 전설
그는 끝내 자신이 평생을 살아온 배를 떠날 수 없었다. 피아노 건반 88개는 끝이 있지만 배밖세상은 끝이 없을 것이라고. 욕망의 끝도 보이지 않으리라고…….
주인공 나인틴헌드레드는 대서양을 항해하는 여객선에 버려진 아이였다. 성도 이름도 없었다. 아이를 발견한 기관실 노동자와 동료들이 만들어낸 이름이었다.
많은 노동자들 속에서 자라난 나인틴 헌드레드는 자라면서 이곳저곳을 알게 되고 기관실 밖의 화려한 세상에도 눈을 뜨게 된다.
음악적인 재능은 그를 버린 부모에게서 받은 것 같았다. 그는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그는 배를 거쳐가는 수많은 승객들의 찬사를 받는 생활이 삶의 보람이었다.
외부 세계에 대한 동정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배속에서만 살았고 배위에서 다른 세상을 봤을 뿐이다.
헌드레드는 그의 재능을 알아보는 트럼펫연주자와는 깊은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헌드레드의 천부적인 피아노실력은 외부세계로 알려졌다.
유명한 재즈피아니스트가 배를 방문한다. 그의 목적은 헌드레드와 실력대결을 벌이는 것이었다. 어느 날 시합이 시작된다.
헌드레드는 친구인 트럼펫연주자에게서 담배 한 개비를 얻어 피아노위에 올려놓고 연주한다. 유명재즈니스트가 두 번째 환상적인 곡을 연주하자 승객들 모두가 감탄한다.
헌드레드가 등장하고 연주가 시작된다.
그의 연주는 상상을 초월하는 율동속에서 사람들의 숨을 멈게 한다. 도전자도 자신이 들고 있던 잔을 자신도 모르게 떨어뜨린다.
연주가 끝난 후 헌드레드는 피아노건반줄에서 불 붙인 담배를 경쟁자가 피우게 한다. 게임은 끝난 것이다.
헌드레드는 어느 날 창밖의 한 소녀를 보며 사랑을 느낀다. 멍하게 그 여인을 보며 음악을 작곡한다.
트럼펫 친구는 헌드레드에게 세상 밖으로 나가자고 여러번 건의 한다. 그에게 온갖 부귀영화가 넘쳐날 것이 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헌드레드는 고사하고 만다.
창밖의 여인을 잊지 못한 헌드레드는 결국 배를 떠나기로 한다.
모두에게 작별 하고 배에서 내리는 계단에서 그는 바깥세상을 보며 발길을 돌린다.
평생을 배에서 살아온 그에게 넓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절제할 수 없는 욕망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 삶보다는 이곳에서 피아노를 치는 삶이 더 좋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기도 했다.
세월이 가고 낡은 배는 폭파되어 해체될 시기가 되었다.
배는 텅텅 비었지만 헌드레드의 친구는 그가 어느 한곳에 남아 있으리란 것을 확신한다.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찾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친구는 헌드레드가 여인을 보고 작곡한 음반을 배 곳곳에 옮겨가며 틀어놓고 그를 기다린다. 시간이 지나자 그가 나타났다.
친구의 간곡한 설득에도 그는 오히려 친구를 설득한다.
배와 운명을 같이하는 자신을 이해 해 줄 것을 부탁하는 것이다. 배도 헌드레드도 엄청난 폭발과 함께 화염 속으로 사라진다.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삶을 살다간 헌드레드, 이 세상에도 영화속 헌드레드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20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