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떠날 무렵
가을은 여름 끝에 찾아와 놀더니 떠나려 하고 있었다. 온 세상을 울긋불긋 물들인 색깔들을 땅으로 내 던지고 있었다. 잎을 털어내는 것은 나무의 의지다.
하루하루 기온이 떨어지고 찬비가 내리자 생존의 길을 찾는 것이다. 최대한 몸집을 줄여 겨울을 버텨내자는 전략일 게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도 변신을 거듭하며 방제의 틀을 벗어난다. 나무라고 의지가 없으랴,
수십 년을 살아온 은행나무 잎들이 한순간에 땅으로 쏟아졌다. 열매가 떠난 자리에 소복히 쌓였다.
자동차도 노란 잎들을 뒤집어썼다. 한 겨울의 눈처럼, 풀들은 이미 떠났고 프라타나스 잎은 그래도 오래 버티는 모습이었다.
올 가을의 단풍은 그렇게 예뻐지는 않다고들 한다.
그래도 공간을 물들인 색은 화려했고 아름다웠다. 길거리에 떨어진 잎들은 오랜 시간 바람에 날려 다녔다. 후미진 어느 모퉁이에는 쌓이고 또 쌓여가고 있었다.
수많은 잎들은 환경미화원들에게는 고역이다. 치워도 치워도 날마다 떨어져 내린다. 도로 곳곳에는 마대가 매달렸다. 낙엽은 쓸어 모아져 그속으로 들어갔다.
매번 옮기는 것 보다는 효율적이다. 한동안 낙엽들을 그대로 두기도 했다. 사람들이 밟으며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배려였다.
도시 거리에서 낙엽을 밟으며 걷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여러 종류의 잎들이 섞인 향기는 오묘하다.
사람들은 낙엽을 밟으며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를.’ 구르 몽의 시 한 구절을 떠올리기도 했을 것 같다.
뒹굴 던 잎들은 사람의 손길로 차츰 사라져 갔다.
낙엽이 치워진 도시는 맨 몸을 드러낸 나무들로 가득찼다.
그리고 가을은 떠났다. 2021.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