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이 불면
가을이 오면 서글퍼 진다. 불어오는 바람이 그렇고 파란 하늘이 그렇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은 허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높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다. 허공에서 오는 바람이 스쳐가면 쓸쓸해 지기도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은 느낌이지만 지금이 더 강하게 다가 온다. 가을은 어디로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것 같은 허전함으로 가득하다.
가을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바람이 몰고 오는 것 같다. 서늘하고 쓸쓸한 바람이 불면 가을이 온 것이니까.
시간은 빅뱅과 같이 생겨나 공간을 질러 137억년이라는 역사를 만들었다. 수많은 별들과 은하계가 상호작용을 하며 돌아가고 지구는 태양을 모태로 빠른 속도로 회전 하고 있다.
움직임이 시간을 만드는 것 같다. 해가 뜨면 아침이고 해가 지면 저녁이 되고 밤이 오고 또 아침이 반복되니까. 지구가 돌아가는 회전운동이 시간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태초에는 시간과 공간이 없었다고 한다. 대폭발 이후 모든 것이 시작되면서 우주는 팽창을 계속하고 공간은 전 우주에 퍼져 있다. 계절이 바뀌고 가을이 오는 것도 지구와 태양과 은하계와 다른 많은 은하들의 작용일 게다.
신이 준 것도 아니고 선택된 것도 아닌 그냥 존재하는 것 같다. 인간도 선택되어 태어난 것이 아니듯이 그냥 생겨나 끝없는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일 게다. 모든 것들의 변화가 시간이고 사물들이 볁하지 않는다면 시간도 없는 것일 것같다.
생명의 태어남과 소멸은 태양계와 우주의 원리에 따른 것이리라. 그에 따라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온다. 계절이 돌아 간다.
가을은 겨울의 길목에 있는 시간이다. 긴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차차 온도가 떨어져 가면서 온갖 식물들에게 추위를 준비할 여유를 주는 것이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하루하루 기온이 내려가고 있다. 잎들이 황금물결을 이뤄가고 있다. 어느 날 기온이 뚝 떨어지고 갑자기 비라도 내리면 잎들은 소나기가 되어 내린다. 가을이 이별의 미소를 지으면 곧바로 겨울이다.
2012.10.15